내외국인 혼합반 운영…농작업 효율 높여

2024-10-06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사업’이 전국에서 시행되는 가운데 내국인과 외국인 혼성 작업반을 편성·운영해 농작업 능률을 높이고, 농번기 인력난 해소 효과를 증대하는 시험을 하는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베테랑 내국인과 단기 채용 외국인을 한데 묶는 운용의 묘를 살린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봉화농협 농촌인력지원센터는 올해부터 다국적 혼성 작업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내국인 베테랑 작업자를 반장으로 하고, 내국인과 공공형 계절근로 외국인을 5∼6명씩 묶어 10여개 반이 운영되고 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출신 24명과 내국인 26명 등 50명으로 구성됐고, 작업 성격에 따라 남녀 성비와 연령대를 고려해 편성한다.

다국적 작업반의 이점은 무엇보다 농장주와 작업자 간 의사소통이 수월하다는 점이다. 농장주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내국인 작업반장에게 작업 내용과 순서 등을 알려주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작업반장이 책임지고 농작업을 한다.

고추농가 김동태씨(79·봉화군 봉성면 외삼리)는 “고추 수확철에 외국인 근로자를 하루 단위로 채용하는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봉화농협을 통해 투입하는 작업반은 한국인 반장에게 작업 내용을 알려주면 끝이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업 반장과 근로자들 손발이 척척 맞아 농작업 효율도 외국인만 투입할 때보다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농작업 베테랑인 내국인 작업반장은 작업 지시와 함께 작업 요령과 노하우를 반원들에게 세심하게 알려준다.

오태헌 농촌인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봉화를 비롯해 전국 각처에서 모집한 한국인 인력은 현장 작업 지휘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를 세심하게 돌보고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등 역할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테랑 작업반장들은 각종 농작업으로 잔뼈가 굵어 농작업 비결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대로 전수할 수 있어 양질의 농업 인력 확보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 단독으로 농작업에 투입할 때보다 작업 능률은 상당 부분 개선됐고, 시간 대비 작업량도 늘고 있다고 농협과 농장주들은 입을 모은다.

다국적 작업반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5월부터다. 8월부터 11월초까지는 거의 매일 농작업에 투입된다. 올해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200여농가에 7000여명(연인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농협은 예상한다.

봉화농협이 내·외국인 혼성 작업반을 편성할 수 있었던 기반은 내국인 위주 ‘농촌인력중개사업’과 외국인을 고용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만우 봉화농협 조합장은 “내국인 농업 인력 공급망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나 외교 분쟁처럼 국가간 인력 이동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조합장은 “내·외국인 혼성팀은 궁극적으론 양질의 농업 인력을 육성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지속적인 재입국을 통해 장기적으론 한국 농촌에 정착하도록 돕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화=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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