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주둔하는 북한군이 조만간 전투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정부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에 이렇게 답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병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수준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러시아가 어떤 반대급부(파병에 대한 대가)를 주는지 들여다보고 우리가 취할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썬 북한이 전쟁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등 확인된 정보는 많지 않다면서 정부의 기조가 "북한의 실제 참전을 지연시키고 추가 파병을 억제하고, 상황이 더 고조되지 않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하도록 국제사회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 관계자는 또 북한이 오는 5일 미국 대선 이후 제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정보 당국의 분석”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고, 했을 경우에 생길 후과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북한의 선택에 달린 상황”이라며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나름의 셈법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 등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대선에 출마한 민주·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필립 고든 미국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고든 보좌관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안보 최고위 참모로,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이다.
같은 날 조 장관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경우,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한 빌 해거티 연방 상원의원과 통화했다고도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선 판세는 “각 진영조차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초박빙 승부”로, “예측 불허”인 상황이다.
조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로 만나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따른 한미일 협력 심화, 워싱턴 선언 때문에 설립된 해협의 그룹(NCG)을 통한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 현 행정부 아래 한미가 이룬 주요 성과가 차기 미 행정부로 잘 인계되도록 블링컨 장관의 역할을 당부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지지는 굳건하며 앞으로도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같은 날 워싱턴DC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허드슨연구소 수장들과 잇따라 면담했다. 그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확고하다는 점이 강조됐다”며 “이번 방미는 북한의 도발에 한미 양국이 단호히 대응하기 위한 공조 체계를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