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전격 해임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임자 지명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쿡 이사 후임 인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에게도 "아주 훌륭한 후보들이 있다"며, 조만간 후보 지명 발표를 시사했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 후보는 두 명이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 사임에 이달 7일 후임자로 지명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한 명이다.
그는 쿠글러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 말까지 이사직을 수행하는 단기 임기 인사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쿡 이사 후임으로 돌려 사실상 장기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쿡 이사의 임기는 2038년까지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그(미란)를 더 긴 임기의 다른 직책으로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WB) 총재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거부해왔다고 공개 비판해 왔다. 쿡 이사 자리에 미란이 지명될 경우, 맬패스 전 총재가 쿠글러 이사 후임 자리를 대신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의지는 전날 쿡 이사 해임 통보로 한층 분명해졌다.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쿡 이사가 모기지 대출 신청 과정에서 미시간과 조지아 두 채 주택을 모두 기본 거주지로 기재해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만적이고 잠재적으로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전날 해임 서한을 보냈다.
연방준비법상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통령의 재량으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112년 연준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쿡 이사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연준 이사회 인선 주도권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과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맞부딪히며, 쿡 이사는 독립성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법적 공방은 금방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본안 소송의 첫 판결까지 수개월, 판결 불복시 항소 절차로 비화해 연방 대법원 판결까지 감안하면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원 은행위원회는 다음 주 중 미란 위원장의 연준 이사 인준 청문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 속, 이번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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