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을 잘하는 중국 바이오텍은 후보물질을 가지고 미국에 회사를 만듭니다. 중국계 업체 레전드바이오텍은 2014년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설립해 직원 2400명에 시가총액 9조 원의 대형 바이오텍으로 성장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지에서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을 거쳐 큰돈을 법니다.”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가 진행 중이던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 시장에서 바라본 한국의 바이오텍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다 “한국 회사도 미국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김민지 크로스보더파트너스 대표, 신민재 카이진 대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도 함께 했다.
이들이 주목한 건 지난 10년 간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 바이오텍들이다. 제넨텍, 로슈 등을 거친 김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에서 일하던 중국 인력이 대거 자국으로 돌아가 중국 바이오텍의 기술을 알리고 미국 자본·회사와 합작에 힘썼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자본·인력 등 부족으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도 덧붙였다.
한올바이오파마 미국법인 대표 출신인 신 대표 또한 “중국 바이오텍이 미국 시장이 원하는 후보물질을 공급하는 가장 큰 공급자로 떠오른 지 오래”라고 짚었다. 중국 하버바이오메드가 한올바이오파마의 후보물질 한 개로 출발했지만 2020년 이후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등 5건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 바이오텍이 ‘컴퍼니 빌딩’ 모델을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컴퍼니 빌딩은 벤처캐피탈(VC)들이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사고 이에 특화된 회사와 개발팀을 구성해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델이다. 정 대표는 “롱우드펀드 등 미국 VC로부터 최근 일본과 한국의 유망 후보물질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며 “중국 후보물질 도입 경쟁이 과열됐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기에 한국에게는 기술력을 알릴 기회”라고 짚었다.
업계에서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등의 문제로 올해부터 바이오 M&A 피크였던 2021년에 근접한 M&A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ZS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만료되는 의약품 특허는 190여 건으로 그 중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70여 건에 이른다. 정 대표는 “당분간 바이오업계 키워드는 ‘M&A’”라며 “한국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도 14일 현지에서 개최한 글로벌 IR 행사에서 이와 유사한 ‘뉴코(newCO·새로운 회사)’ 모델을 제시했다. 특정 후보물질·플랫폼·기술 중심으로 별도의 회사를 세워 유망한 약물·치료제·기술을 상용화하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로 창업형 VC인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이 스핀오프해 설립·인큐베이팅한 모더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