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으로 ‘비자금 300억’ 드러나
국세청, 상속세 과세 가능성 검토 착수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계기로 세상에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과세 여부를 두고 국세청이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비자금이 ‘증여’로 판단되면 부과제척기간(15년)이 지나 증여세 부과가 어렵지만, 채권으로 인정되면 상속세를 매길 여지가 생깁니다.
이 자금은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부친이 지원한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면서 드러났습니다. 노 관장은 부친 고 노 전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부친 고 최종현 회장에게 1991년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고, 담보로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그 증거로 모친 김옥숙 여사가 자필로 쓴 ‘선경(SK그룹의 전신) 300억’ 메모와 약속어음 50억원짜리 6장 중 4장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노 관장은 이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으므로 이혼으로 재산을 나누더라도 자신의 몫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요? 국세청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 자금이 증여인지, 채권인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집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사돈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했다면 1991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나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됐습니다. ‘국세청이 탈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과세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지만, 이 역시 1991년 이후에 신설돼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어음을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노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하면서 해당 채권이 상속재산으로 인정돼 과세 근거가 생깁니다. 상속인은 유족인 배우자 김옥숙 여사, 노 관장, 노재헌 주중한국대사이고 부과제척기간 15년을 적용하면 국세청은 오는 2036년까지 상속세를 추징할 수 있습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습니다. 임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300억원이 유효한 채권이었다면 2021년 사망한 노태우 대통령의 상속 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법원 재판기록에서 이러한 탈루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에 착수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임 청장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가서 실력 발휘를 한번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서울청 조사4국은 대기업 등을 상대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 부서로,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립니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어떤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과세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 세무 전문가는 “핵심은 채권의 존재 여부”라며 “만약 채권의 존재가 명확하다면 국세청이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세청이 비자금을 ‘유효한 채권’이라고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 회장 측은 ‘어음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며 비자금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불법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그 성격을 ‘채권’보다는 ‘증여’에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혼소송 판결문에서 “300억원 금전의 출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 자금 교부의 법적 성격은 금전 지원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증여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과세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선 불법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법 개정을 통해 국가가 불법 비자금을 환수한다면 국세청의 과세권은 사라집니다. 불법 비자금을 국가가 환수했기 때문에 유가족이 받을 상속재산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파기환송심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국세청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과세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2일 “향후 재판 진행 상황을 살피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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