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상패 제작해 홍보 필요한 업체 등에 세일
사기·위조공문서행사 등 경합범으로 처벌 가능
‘대통령 기념품은 종종 중고사이트를 통해 거래된다. 개중엔 가짜도 있다. 이에 더해 위조 상패나 상장을 거래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로 후원을 빙자한 돈을 주면 청와대(대통령실)에 추천해준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홍보 업무에 종사하던 A씨는 서울 강남구 한 한의원 원장에게 접근해 대통령 명의의 상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 스펙을 쌓는 방법은 국가에서 주는 권위 있는 상을 받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님 프로필 정도면 국가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의료분과 위원회의 심사위원들에게 원장님 프로필을 전달하여 상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처음부터 위조 상패를 제작해 줄 생각이었다. 그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한 업체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대한민국 우수기업인 대상’, 대통령 명의의 ‘한국을 빛낸 인물문화대상’ 상패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건넸다. A씨가 저지른 죄는 무엇일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2년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사기 등 혐의로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우선 피해자가 상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줄 능력이 없으면서 돈을 받은 것이 ‘사기’에 해당했다. 또 상패를 허위로 만든 행위는 ‘공문서위조’, 이 상패를 피해자에게 전달한 것은 ‘위조공문서행사’가 적용됐다.
업체 홍보를 원하는 중소기업 대표 등에게 접근해 국가기관장이나 단체장 명의의 상을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위조 상패를 제작해 주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 사기와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등 여러 개의 죄가 동시에 적용되는 ‘경합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B씨는 2018년 서울 강서구 한 화장품 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에게 대통령상을 빌미로 돈을 갈취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대통령상을 알아봤는데 후원금을 주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17회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대상이다”라며 “후원금 300만원을 보내라”라고 말했다.
B씨는 상습범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청와대에서 표창장이 나오는데 받겠느냐, 대통령이 ‘S’라는 단체를 밀고 있는데 그 회장과 가까운 사이여서 후원금으로 각각 300만원, 200만원을 주면 회장을 통해 청와대에 추천해 표창을 받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금전을 편취했다. B씨는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논란이 된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대통령 서명을 위조해 만든 표창장을 판매한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표창장 사진을 보면 ‘12.3 서울특별계엄행동상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대통령 표창과 정부 표창을 섞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상장이 발행된 날짜는 지난해 12월12일로 하단에는 대통령 ‘윤석열’ 서명과 가짜 도장이 찍혀 있었다. 동시에 “이 상장을 국가보훈부상장실에 기입함”이라는 문구도 덧붙여져 있었다. 내용에는 “위 사람은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국민방위의 군인 본분과 중책을 훌륭히 완수하였으므로 이에 12.3 서울특별계엄행동상을 수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형법은 사기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공문서위조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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