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은자(隱者)들은 더러 미치광이 행세도 한다.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접여(接輿)가 대표적 사례이다. 접여는 어느 날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면서 큰소리로 노래 불렀다. “봉(鳳)이여, 봉이여! 나타나지 않는 봉새여! 어찌 그리도 덕이 쇠했단 말인가? 지난 일은 따져 말할 필요가 없고, 다가오는 일은 오히려 쫓아갈 수 있나니…. 오늘날 정치에 종사한다는 것은 위험할 따름이다.” 노래의 의미를 알아차린 공자가 마차에서 내려 그와 얘기를 나누려 했으나 그는 잰걸음으로 자리를 피해 버렸다.

봉(鳳)새는 덕이 있는 훌륭한 왕이 나타날 조짐을 알리는 새이니 봉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덕이 있는 왕이 나타날 조짐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공자는 덕을 갖춘 왕을 찾아 주유하고 있으니 접여의 눈에는 그게 안타깝게 보였다. 그래서 “아서라, 그만두시오! 지난 일은 접어두고 이제라도 새 길을 찾아가시오!”라는 의미의 충고를 남기고 떠나버린 것이다.
뜻을 알아주지 못하는 왕은 도울 방법이 없다. 왕의 자리를 누리는 데에만 혈안인 사람에게 바른말을 했다가는 오히려 다치기 십상이다. 1년 전 우리에게 접여처럼 다치기 전에 물러나라고 말하는 현자가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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