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알리익스프레스가 반품 정책을 손보는 모양새다. 반품 배송비를 고객이 먼저 부담하고 사후 환급받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컸던 만큼, 협력 물류업체를 통한 방문 수거 방식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쿠팡의 반품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팡(쿠팡 탈퇴)족’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송비 먼저 내고 환급받던 것이 ‘방문 수거’로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운영 중인 반품 구조를 재검토하고 있다. ‘셀프 반송’ 방식으로 운영된 기존 반품 절차 대신, 알리가 협력 물류업체를 배정해 반품 상품을 방문 수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알리는 고객에게 월 최대 5회까지 무료 반품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반품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고객이 배송비를 먼저 부담해 상품을 직접 반품 주소로 발송한 뒤, 고객센터나 플랫폼 헬프센터를 통해 별도로 환급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다. 소비자가 배송비를 현금으로 환급받기까지 20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문 수거 방식이 도입되면 고객은 반품 상품을 직접 발송할 필요가 없고, 반품 배송비 역시 선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반품할 상품을 집 앞에 두기만 하면 수거해가기 때문에 반품 과정 전반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알리 측은 서비스 적용 시기와 방문 수거를 담당할 택배사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반품 정책에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소비자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적시에 공유하겠다”며 “고객 경험과 서비스 품질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핵심 우선순위다.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는 한때 ‘무조건 무료 반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반품 관련 고객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일정 횟수를 초과할 경우 반품 배송비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책을 바꿨고, 올해 4월에는 소비자가 직접 택배를 접수해 반품하고 배송비를 환급받는 ‘셀프 반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도 커졌다. 한 이용자는 “우체국까지 직접 방문해 반품 상품을 발송했다. 반품 배송비를 선불로 결제한 뒤 영수증 사진을 첨부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업로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메일로 별도의 양식을 받아 다시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그 절차도 복잡했다. 결국 배송비 환불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반품 배송비를 환급해 준다고 하지만 계좌로 받기까지 과정이 까다롭고, 실제 환불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린다”며 “알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받는 방식을 은근히 유도하는 느낌이다. 반품 절차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알리 이용 자체를 줄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불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알리는 반품 정책을 다시 손 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품 절차의 번거로움이 알리 이용을 꺼리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소비자 편의성이 개선돼 이용자 수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리가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같다”며 “물류비용은 늘어날 수 있으나 반품의 편의성을 높여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면 알리 이용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탈팡 수요 잡으려 이커머스 업계 분주
업계에서는 알리가 새롭게 도입하려는 방문 수거 방식이 쿠팡의 반품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이 앱에서 반품을 신청하면 별도의 접수 절차나 배송비 부담 없이 택배 기사가 직접 방문해 상품을 수거하는 방식을 운영해왔다. 소비자가 직접 발송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스템이다.
다만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쿠팡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 움직임이 나타났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쿠팡 탈퇴 소비자행동 발대식’을 열며 불매와 탈퇴를 촉구했다.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으려는 소비자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탈팡’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일제히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서며 쿠팡에서 이탈한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나섯다. 이런 가운데 알리가 반품 방식을 쿠팡과 유사한 형태로 손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에서는 쿠팡을 떠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품 편의성을 대폭 강화해 쿠팡의 이탈 수요를 흡수하고, 국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용구 교수는 “쿠팡의 고객 이탈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탈팡 소비자를 둘러싼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알리가 반품 편의성 등 고객 편익을 지속해서 강화한다면 일부 수요를 흡수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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