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네치아영화제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개막했다.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겨루는 장편영화 경쟁 부문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21개 작품이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어쩔수가없다’가 유일하다.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 감독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국내 영화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도 유난히 한국 영화가 부진해 박 감독에 거는 기대가 높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수상이 불발됐고 칸영화제에서는 단 한 편의 한국 장편영화도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2012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박 감독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에서 금요일인 29일 오후 9시 45분 세계 첫 상영회를 연다. 영화제 첫 주말이 지나면 많은 영화인들이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이동하기 때문에 금요일 밤은 베네치아영화제의 황금 시간대로 꼽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쟁쟁하지만 박 감독의 명성이 높은 데다 실업 등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사회 문제를 다뤘고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과 미장센 등 기존 장점이 더해진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연 배우인 이병헌도 한국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영화제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올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킹 오브 킹스’ ‘오징어 게임’ 등 그동안 찍은 작품들이 모두 성공하는 등 모든 것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럽게 직장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 분)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가 원작이다. 이병헌 외에 손예진(만수의 아내 미리 역),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경쟁 부문에는 ‘어쩔수가없다’를 포함해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 21편이 올라가 있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도 이 부문에 올랐다. CJ ENM(035760)이 기획 단계부터 제작에 참여했다.

노아 바움벡 감독이 만들고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제이 캘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등도 황금사자상을 놓고 겨룬다.
베네치아영화제는 다음 달 6일까지 11일간 열리며 시상식은 폐막식과 함께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