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풍자와 조롱사이, 아슬아슬한 SNL코리아

2024-10-22

지난 10월 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10월 15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특별한 참고인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바로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하니 팜)가 아이돌 최초로 국감장에 출석을 했기 때문이다. 하니는 이날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참고인으로 국감장을 찾아 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앞선 9월 11일 뉴진스의 유튜브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하니가 따돌림을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하니가 출석하는 과정에서 최민희 의원(과방위원장)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고, 조선소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뒷자리에 앉은 하니와 웃으며 셀카를 찍는 듯한 모습이 방송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참고인 질문에서 김형동 의원은 “어느 회사가 내 저건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회사를 다녔습니까?”라고 두서없는 질문을 빠른 어조로 던졌다.

하니는 “정말 죄송한데 이해를 못했다”며 거듭 사과를 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쏟아진 뉴스와 유튜브 제목 중에는 ‘하니 서툰 한국말에 빵 터진 국회’, ‘웃참실패’, ‘의원님도 팬심폭발’ 등 본질을 벗어난 제목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19일 방송된 SNL코리아는 하니의 국감출석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다뤘다. 미국의 오래된 TV코미디 프로그램인 ‘SNL’(Saturday Night Live)의 포맷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하는 SNL코리아(이하 SNL)는 성역없는 풍자와 패러디를 내세우며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를 내놓는다. 매회차에 나오는 호스트들이 철저히 망가지며 웃음을 준다. ‘흑백요리사’를 패러디한 ‘흑백회사원’ 등 그때그때 핫한 콘텐츠를 패러디 해 19세이상 관람 등급임에도 쿠팡플레이 주간 인기 탑20 중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SNL은 하니의 국감 출석이라는 이슈를 놓치지 않고 방송으로 내놓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정감사를 이벤트처럼 여기는 국회의원과 아이돌과 셀카를 찍는 증인에 대한 풍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만 대중의 시선은 참고인으로 참석한 하니에게로 향했다. 하니가 도쿄 팬미팅에서 주목을 끌었던 ‘푸른 산호초’무대 당시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지예은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출석하게 됐다’며 울먹이다가 김의성의 셀카 요구에 미소를 띤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를 묘사하기 위한 말투였다. 그동안 SNL은 크루들이 묘사하는 인물과의 놀라운 싱크로율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실 뜬겁새로(뜬금없이), 양념테이프(양면테이프), 엉망잔칭(엉망진창) 등 한국어가 서툰 하니의 독특한 단어 구사는 많은 팬들이 팜국어 혹은 팜투리라 부르며 귀여워하고 좋아했던 부분이다. 최근 발간된 ‘트렌드코리아 2025’에도 무해력을 설명하며 하니를 예로 들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풍자를 해야될 인물이 아닌 하니의 말투가 방송에서 웃음의 소재가 된 것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일부 뉴진스의 팬들은 SNL과 ‘팜하니’를 연기한 지예은에게 항의를 하고 국민 신문고에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고발했다. 쿠팡플레이를 해지했다는 이도 있다. SNS에서는 ‘SNL코리아_하니에게사과해’, ‘하니는그누구보다진지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총공을 펼치기도 했다. 하니가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팬들이라 더 분노하는지도 모른다.

SNL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반대 의견도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간 SNL은 엉터리 수어로 수어와 수어통역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논란,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를 패러디하면서 학교폭력을 희화화 했다는 논란, ‘나는 솔로’의 일반인 출연자를 희화화했다거나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를 조롱했다는 논란 등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여 왔다.

풍자와 조롱은 한 끗 차이다. SNL이 성역없는 풍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넘지 않아야 할 선은 있다. 일반적으로 풍자는 강자나 권력자를 향할 때 용인되어진다. 그 반대가 되면 조롱이 되고 대중들은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아슬아슬하다. 특히 인종이나 성별, 종교, 연령 등을 웃음의 소재로 다룰 때는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연예인은 흔히 공인이라 부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자나 권력자는 아니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들이 투입된다. 어쩌면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거 괜찮을까?’서로서로 되물어가며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가끔씩 남을 깎아내리거나 내가 아닌 상대방을 희화화함으로써 웃음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있다. 어떤 웃음은 불편하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