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세 나이에 세계 최고령 현역 스프린터로 활약 중인 이탈리아의 엠마 마리아 마젠가 과학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CNN은 최근 보도를 통해 “마젠가는 고령에도 놀라운 체력과 근력을 유지하며 다수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노화 연구자들이 그녀의 신체적 특성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1933년생인 마젠가는 지난해 200m 실내경기 W90(90세 이상) 부문에서 54초47의 세계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개인 최고 기록인 50초34를 기록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야외 200m 최고 기록 51초47 역시 같은 연령대 세계 정상급 기록이다.
마젠가는 젊은 시절 대학 육상팀에서 활약했지만, 결혼과 가정, 교사 업무로 인해 25년간 스포츠를 중단했었다. 그러다 53세에 다시 단거리에 도전했고, 70세부터 마스터스 대회에 본격 출전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그는 세계마스터스육상선수권에서 10개 이상의 우승을 차지했고, 유럽선수권에서 20개 이상, 이탈리아 국내 마스터스 대회에서 무려 115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며 ‘장수 스프린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마젠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이 즐겁다. 지금도 레이스를 앞두면 긴장된다”며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이후 단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젠가의 비범한 신체 능력은 학계의 관심을 불러왔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파도바대·밀라노공대 등은 미국 위스콘신대, 스페인 국립연구진과 함께 진행 중인 ‘TRAJECTORAGE 프로젝트’에 마젠가를 참여시켜 근육·신경계·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연구진은 18개월 간격으로 그를 검진하며 노화 진행도를 관찰했는데, 최근 검사에서는 심폐 지구력과 근육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50대 일반 성인 수준, 근육 세포 구조와 회복능력은 20대 건강한 단거리 선수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구를 이끄는 마르티노 프란키 교수는 “마젠가는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한 고령 참가자 중 가장 뛰어난 사례”라며 “노화 속도가 평균적인 사람보다 현저히 느리며, 장기간의 신체 활동이 신경·근육 기능 유지에 어떤 보호 효과를 갖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라고 말했다.

마젠가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규칙적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햄 샌드위치를 아침 식사로 하고, 장보기·동네 산책·집안일을 소화한 뒤 점심에는 파스타 30~40g, 고기·생선·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저녁에는 가벼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와인 한 잔도 즐긴다.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약 한 시간. 1986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운동 루틴을 중단한 적이 없다. 또한 그는 “절대 집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걷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동네 모임에 참여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그의 일과 중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젠가의 근육 세포는 90대의 것이 아니라 20대 스프린터의 근육과 비슷하다”며 “고령자가 운동성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실증 사례”라고 분석했다. CNN도 “마젠가는 운동·식습관·사회적 활동이 노화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92세에도 스타팅 블록 앞에서 긴장감을 즐기며 트랙을 질주하는 마젠가. 그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같은 대답을 남긴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는 것, 절대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