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팔 걷어붙인 독일 총선…보수·극우가 선거판 휩쓴다

2025-02-21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 보수 돌풍이 계속 불고 있다. 유럽의 보수 세력들이 힘을 얻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지원 사격을 가하며 미국과 유럽의 보수 연대도 가시화할 조짐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따르면 20일 기준,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30.4%,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 20.4%,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 15.3%, 환경 정당인 녹색당(Grüne) 13.6% 등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선 총선 후 1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기민·기사 연합이 어느 정당과 연정을 꾸릴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기민·기사 연합이 사민당과 연정을 꾸리는 게 기본 조합이다. 이른바 ‘대연정’으로 독일의 좌우를 대표하는 두 거대 정당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 총리 시절에 한 번,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엔 무려 3차례나 대연정을 구성한 역사도 있다. 두 사례 모두 보수 정당이 주도한 연정이었다.

그러나 이념적 골이 깊어진 독일 정치 현실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부분에서 정책을 달리하는 두 정당이 이전처럼 화합을 유지하며 장관직을 나눠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 역시 사민당 출신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추진한 친이민, 동성애 등의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표를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다.

녹색당의 경우 정책적으로 사민당보다 좌파적 색채가 더 강해 연정 상대가 될 가능성은 낮다. 또 극좌 성향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자유민주당(FDP), 좌익당(Linke) 같은 군소 정당이 있지만 하나같이 5% 지지율 언저리를 오르내리고 있다. 독일 선거법은 정당투표 득표율 5%를 넘지 못하거나 지역구 당선자를 3명 이상 내지 못할 경우 의석 배분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들 군소 정당은 연정 이전에 정치적 존망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을 넘어 유럽, 더 나아가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건 기민·기사 연합과 독일대안당의 연정 여부다. 그간 독일 정치권에선 극우와 정치적으로 손을 잡지 않는다는 ‘방화벽’ 묵계가 있었다. 메르츠 기민당 대표도 “독일대안당과 연정은 없다”고 일단은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이민 장벽’을 올리는 이민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두 정당이 협력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독일 내에선 “연정을 통해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정당 외엔 뾰족한 연정 조합이 안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에선 두 정당의 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망이 팽팽하게 갈리는 중이다. 만약 기민·기사 연합이 방화벽 전통을 깨고 독일대안당과 손을 잡게 될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초강경 보수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점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14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반을 둔다”며 “방화벽을 세울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밴스는 이어 숄츠 총리는 제쳐둔 채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대표와 면담도 가졌다.

숄츠 총리가 “외부인이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이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은 조심해야 한다. 밴스가 말했듯 유럽은 커다란 이민 문제가 있다. 범죄가 어떻게 됐는지 봐라. 유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라”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총선을 앞두고 독일 전역에서 벌어진 이민자 범죄가 독일 정치의 보수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연말 동부 마그데부르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지난달 남부 아샤펜부르크에서의 칼부림 사건 등 이민자 출신의 범행으로 사상자가 잇따랐다. 지난 13일에도 뮌헨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차량 돌진 테러를 벌여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 주변국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도 향후 세계 정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의 맹주 독일까지 강경 보수화할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대서양 보수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즉 트럼프식 반 이민, 반 워크(woke, 인종·성·성정체성 차별에 저항한다는 뜻) 정책이 대서양 벨트를 장악하는 것이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벌써 자축하는 분위기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원내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등은 지난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집결해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라는 구호 아래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르반은 “트럼프 토네이도는 불과 몇 주 만에 세상을 바꿨다”며 “어제는 우리가 이단이었지만 오늘은 주류가 됐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우리가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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