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던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일에서 손을 떼고 떠나는 시점에 불거진 트럼프와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성범죄자로 몰면서 탄핵해야 한다고 했고, 트럼프는 연방 정부가 머스크의 사업체들과 맺은 계약을 모두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머스크가 NASA의 수장으로 추천한 인물이 민주당에 기부금을 낸 전력이 있다며 거부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기부금을 내는 건 흔한 일이다. 트럼프도 과거에 민주당 당원이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예산안을 “역겹다”며 공격하는 것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머스크가 트럼프를 돕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론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MAGA 세력과 머스크 주변의 테크 갑부들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집단들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과거 제조업에 종사했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디지털 경제에서 승승장구하는 고학력 테크 노동자와 갑부들을 불신하는데, 트럼프와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손을 잡는 바람에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막으려는 MAGA 세력과 해외에서 뛰어난 인재를 들여와야 하는 빅테크 갑부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머스크와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참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머스크에 맞서 MAGA 세력을 대변해온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한 인터뷰에 나와서 “트럼프의 탄핵을 요구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쐐기를 박았다. 다시는 한 배에 탈 일이 없게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 보인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