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미국에서, 미국을 위해” 애국 광고…관세 마케팅 쏟아진다

2025-04-27

“미국에서, 미국을 위해(From America. For America).”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가 이달 초부터 미국 신문, TV를 통해 내건 광고 문구다. 유튜브에 공개된 30초 분량의 영상 광고에서 포드는 “어느 자동차 기업이 가장 많은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는가, 어느 자동차 기업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가”라며 “바로 포드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바로 헌신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백인 노동자가 미국 포드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장면과 함께였다.

신용평가사 S&P 산하 시장조사기관인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5만7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했고, 약 17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둘 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둔 자동차 기업 가운데 1위였는데 포드가 이를 앞세워 ‘애국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포드는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전통 자동차 3사로 불린다.

이 광고는 지난 3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직후 게시됐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일본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부추긴 바 있다.

포드가 미국 생산비율이 다른 기업보다 높다는 점을 활용해 트럼프 관세 국면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 판매분(약 206만대)의 80%인 약 165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 영향이 비교적 적다. 판매량 1위인 GM(55%), 2위 토요타(54%)보다 미국 생산 비율이 높고, 4위 현대차·기아(33%)를 월등히 앞선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해당 광고를 통해 ‘관세 부과에도 포드 자동차는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던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포드의 미국 내 생산·고용을 강조해 관세 정책에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겠냐”라고 해석했다.

포드의 이런 공세에 현대차·기아 같은 외산 업체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던 투싼을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생산으로 돌렸다. 투싼은 올해 1분기 미국 현지 판매량이 5만4937대로 전년동기 대비 20.8% 증가한 인기 모델인데, 관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지를 바꾼 것이다. 대신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되던 캐나다 수출용 차종 일부는 멕시코 생산으로 전환했다. 멕시코-캐나다 간 무역은 여전히 무관세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본 완성차 기업도 인기 차종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미국 생산량을 17만2533대까지 늘린다. 관세 부과 이전의 전망치 11만369대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닛산은 뉴욕모터쇼에서 자사 미국산 차량에 ‘새로운 관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닛산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차종을 미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광고 영상도 만들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26일 보도에서 “기업을 힘들게 하는 트럼프 관세를 역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6개월 이내에 주요 인기 차종의 미국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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