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이웃

2024-12-20

어느 동 무슨 아파트가 부의 가늠자가 되었습니다. 가구당 보유자산의 75%가 넘는다는 아파트가 눈가는 데마다 우뚝합니다. 주거 형태별 비율도 50%를 훨씬 넘는다는데, 언제부터인지 이웃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은 지루함을 견디게 하고 공간을 넓게 보이려는 이유라지만, 엉거주춤 이웃 간의 어색한 시선을 잠시 맡아주기도 합니다. 큼큼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하늘 올려보지 말고, 풀리지도 않은 신발 끈 내려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게요, 아침이면 담 너머로 안부를 묻고 저녁이면 울 너머로 음식을 나누던 이웃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침 8시 엘리베이터 안이었지요. 삐삐 삐삐, 중량 초과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12층, 엄마와 3학년쯤 아이가 비집고 들어 온 뒤였습니다. 난감한 두 사람 한발 물러났다가 다시 들어오는데 또다시 경고음입니다. 윗집 아랫집 간밤 늦은 퇴근에 아직 천근만근인 눈꺼풀 때문인 듯싶습니다. 아니 꼬박꼬박 아침밥 챙겨 먹는 내 탓인가 생각하는데, 말없이 15층 할아버지가 내렸습니다. 17층 아가씨와 14층 젊은 아빠는 벽으로 바짝 물러섰고요. 빈틈없던 가운데에 자리가 생기고, 엄마와 아이가 들어섰지요. “고맙습니다”, 고마운 이웃이 내리고 고마워하는 이웃을 싣고 엘리베이터는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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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이웃 #시인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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