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지난해 이어 올해도 '호실적' 전망
인수 '올스톱' 우리금융... 인수 무산 가능성도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평균 240일 소요
물 건너 간 연내 인수... 내년에도 차질 불가피
동양생명이 올해 3분기에도 무난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냉가슴을 앓고 있는 모양새다. 금감원 정기 검사 등으로 인해 연내 인수를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애꿎은 기회비용만 날리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인수 무산이 현실화될 경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숙원인 ‘비은행 수익 강화’ 목표가 좌초될 수밖에 없다. 업계 예상보다 낮은 인수가로 ‘염가매수 차익’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상당히 뼈아픈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아직 동양생명의 3분기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건실한 기업 펀더멘탈과 모멘텀이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란 견해다. 다져진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성장 기조가 급격히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달 30일 다올투자증권은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해 별도기준 영업이익 988억원, 당기순이익 7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57.4%, 순익은 345.3% 오른 수준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에서 전년 대비 204.8% 증가한 295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익으로는 175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꾸준한 호실적 기조를 연말까지 유지한다면, 올 한해도 무난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한편으로,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라는 ‘다된 밥’을 앞에 놓고 안절부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발(發)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인수 작업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8월 28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 1조 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이다. 총 1.55조원 규모다.
하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해당 사실을 보고받고도, 수개월간 이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은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년으로 예정됐던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이례적으로 1년 앞당겨 진행했다.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우리금융 정기검사는 4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6주간 진행된다. 평균적인 검사 기간이 20여 일에서 길게는 40일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고강도 조사다.
경영실태평가는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등을 따지게 된다. 각각 ▲우수 (1등급) ▲양호 (2등급) ▲보통 (3등급) ▲취약 (4등급) ▲위험 (5등급)의 총 5단계로 나뉜다. 우리금융은 2021년 11월 진행한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다.
만일, 우리금융이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미비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에는 보험사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적잖다. 3등급 미만의 금융사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월권’,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원장의 행보에 대해 여·야 의원으로부터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의 외형확장 중심 경영으로 인한 잠재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이후에도 갈 길이 바쁜 우리금융 입장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는 현 상황에 발만 굴러야 하는 상황이다. 정기검사 기간 외에도 결과 발표까지 걸리는 시일을 감안하면, 인수 절차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수시검사 및 정기검사 실시내역'에 따르면, 정기검사의 경우 지금까지 총 12건이 시행됐고, 완료된 8건 기준으로 평균 240일이 소요됐다.
이 같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지연은 기회비용의 상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내 인수를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던 우리금융의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 인수 성사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당장 내년 인사 및 조직개편도 어려워졌다. 동양생명 이문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 28일까지다. ABL생명의 시예저치앙 대표도 내년 3월 임기를 마무리한다. 양사의 임원진도 다수가 내년 3월을 기점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우리금융의 인사방침에 따른 조직개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동양생명·ABL생명의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일정부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병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양사에 대한 ‘교통정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법리적 검토에 더해, 합병 이후 뒤따르는 파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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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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