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꼬리표에도 갈 길 간다는 이창용 “시끄러운 한은 추구”

2025-07-13

“한국은행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계속해 나가겠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여권 일각에서 ‘오지랖이 넓다’고 지적한 데 대해 에둘러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지난달 25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총재가 국내 주요 은행장을 모아 가계대출 관리 등을 당부한 데 대해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권교체 직후라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여권과 상의도 없이 ‘개인 플레이’를 했다는 취지였다. 또한 이 총재가 12·3 비상계엄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경제 상황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취지로 두둔해 온 것 역시 한은 총재의 역할을 벗어난 행위라고 문제 삼았다.

하지만 금융 불안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한은의 의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 안정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12ㆍ3 비상계엄 사태 직후엔 원화가치와 소비심리가 급락하고,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등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혼란스러웠다. 헌법재판관 임명 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시장이 그나마 안정을 찾았다.

이 총재의 오지랖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학 신입생 지역 할당 선발 ▶농산물 수입 개방 검토 ▶외국인 돌봄 노동자 활용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 등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구조개혁’ 보고서를 발표할 때마다 크고 작은 반향이 일었다. 절간처럼 조용해서 ‘한은사(寺)’라 불릴 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기를 꺼렸던 한은이, 민감한 사회 현안을 파헤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같은 이유로 ‘오지랖’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 포함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핀테크 업체 등 비은행도 5억~1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금만 있으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한은 금융결제망을 이용하는 은행부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해서 부작용을 살펴보고, 이후 민간으로 확대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이후 “‘한은사’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그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남았다. 한은이 정치권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경제 현안에 관한 소신을 계속 밝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연구나 발언만 하는 게 아니라 국가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은의 연구와 정책 제언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국가 경제에 좀 더 기여하는 방향이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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