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연구장비 사려고…” 허위로 연구비 청구한 대학교수 선고유예 [사건수첩]

2024-09-20

강원대 한 교수가 고가인 연구장비를 구입하려고 대학에 허위로 연구비를 청구했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이 교수는 값비싼 연구장비를 사려면 별도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대학이 주는 돈으로는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이 교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편취한 연구비로 구입한 연구장비를 실제 연구에 사용한 점, 대학에 보관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 심현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 강원대 교수 A(50)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각종 연구과제 사업을 진행하던 중 당초 연구비 사용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3000만원 이상인 고가 연구장비를 구입하려고 마음먹는다.

문제는 대학에서 받는 연구비로는 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고가 장비를 사려면 대학의 별도 사전 승인이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었다.

A씨는 소액인 소모성 연구 재료를 산 것처럼 허위 명목으로 연구비를 청구해 고가 연구장비 대금을 충당하기로 결심했다.

실제 A씨는 2018년 5000만원 상당 장비를 구입하고 2020년 3000만원, 3800만원 상당 장비를 추가로 사들이는 등 총 1억1800만원 썼다. 비용은 대학에 허위 연구비로 받아낸 8000만원으로 일부 충당했다.

A씨는 36차례에 걸쳐 연구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의 식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방법으로 100만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대학교수인 피고인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용도를 속이고 편취한 연구비로 고가 연구장비 대금을 결제했다. 액수가 적지 않은 점,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편취한 연구비로 대금을 결제한 연구장비가 대학에 보관되어 사용되고 있는 점 등 피고인이 장비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구입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금액을 모두 공탁했다.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해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가 비교적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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