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선 주무른 '막후 실세' 트럼프 장남…조선·LNG 한미 빅딜 끌어내나

2025-04-2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 행정부에서 특별한 직책은 없지만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를 천거한 ‘비선 실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실제로 그는 올 1월 그린란드를 깜짝 방문해 그린란드 편입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한 복심이다. 미국의 불확실한 통상정책 대응에 답답해 했던 국내 기업들로서는 가장 확실한 창구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모두 ‘윈윈’할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자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전 세계 통상 환경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재계 인사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면서 “다음 주 후반께 방문해 10여 개 국내 기업 관계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에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10년 지기로 서로를 YJ, 브로(브러더의 애칭)라고 부를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지난해 트럼프 주니어가 세 차례 방한했을 때마다 정 회장과 만났고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기도 했다. 국내 정재계 인사 중 트럼프 당선 이후 직접 만남을 가진 인물은 정 회장이 처음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미 정부의 공식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지는 않는다. 행정부에서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재계가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모든 통상 문제의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캠프 구성부터 2기 내각 수립 과정을 통틀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을 추천했다.

재계는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미국 경제에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훌륭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게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 측의 오해다. 한국은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제조업에 투자해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 지은 공장에 장비나 부품 같은 중간재를 들이려면 결국 한국에서 보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확대됐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이 미국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늘릴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건강한 적자’라고 인식하도록 오해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중동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늘려 한국으로서는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대미 흑자를 줄이는 방안도 트럼프 주니어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의 효율적인 선박 건조 능력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는 조선 분야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분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협력 등도 주요 안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AI 패권과 직결된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이 기여하는 바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요 반도체 생산 기업이 모두 미국 이외 지역에 위치해 있는 만큼 관세를 물릴 경우 미국 기업들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보조금 집행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공장 건설 대가로 각각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8800억 원), 4억 6000만 달러(약 6670억 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지급이 불투명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와 대미 투자 의향, 향후 한미 경제협력의 방향성 등을 트럼프 주니어와 공유한다면 실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정부 간 통상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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