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먼저 실시된 책무구조도 시행이 다음달부터 보험업계에도 확대 적용된다. 보험사들은 제도 시행에 대비해 시범운영과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시행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다만 제도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 가운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회사는 오는 7월 3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른 의무로, 보험사들은 업권별 차등 규정에 의해 올 초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한 은행·금융지주의 뒤를 잇게 됐다.
책무구조도 제출 이후부터는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임원은 본인의 책무 관련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임원 등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신분 제재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생명보험사 16곳과 손해보험사 10곳은 시범운영을 통해 보완을 거친 최종 책무구조도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조기도입·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 시범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동양생명, DB생명, 푸본현대생명, 코리안리 등 4곳은 오는 7월 3일까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당시 조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조기 제출 기업에는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 ▲내부통제 미흡 시 지배구조법상 책임 면제 ▲자체 적발·시정 시 관련 제재 감경 또는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또 실질적 지원을 위해 감독·검사 관련 부서가 참여한 실무작업반을 별도로 구성했다. 실무작업반은 각 보험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바탕으로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 적정성 등을 점검하고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했다.
시범운영 참여회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효율적·체계적 컨설팅 제공을 위해 감독·검사업무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별도로 구성하기도 했다. 실무작업반은 시범운영 기간 동안 각 회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기반으로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 및 자문, 컨설팅 등을 수행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 생보협회, 손보협회와 함께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사전 컨설팅 결과와 은행권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제도 개요 및 운영 경과를 안내하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당시 삼성생명이 업계의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보험업계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은행·금융지주에 비해 6개월의 추가 준비 기간이 있었고, 대부분의 보험사가 시범운영에 참여해 제도 도입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형 보험사 등 10여 곳은 시범운영 외에도 회계법인을 통한 별도 컨설팅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은행권 구조를 보험사에 맞게 수정해 적용한 것이지만, 단기 유동성 중심의 은행과 달리 자산·부채관리(ALM) 등 장기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보험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임원에게 책임을 부과하려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신사업 추진이나 해외 진출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불필요한 관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