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윤김정권 무속 관련 총정리를 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오프닝으로 북어 이야기 먼저.
노상원의 점집 문간에 북어가 쌓여 있는 사진이 보도됐다. 제사용이라고 하는데, 글쎄. 물론 북어는 제사에 많이 쓰인다. 그런데 명절 제사상에 올라가는 북어는 조상님 드시기 편하게 재단한 북어포다. 무속-민간신앙에서는 전통적으로 통북어를 쓴다.
북어란 대관절 무엇인가. 한반도는 겨울과 봄의 척박함으로 인해 겨울 저장식품이 발달했는데, 그중 하나다. 북어는 보존력이 워낙 좋은 단백질 덩어리라 생활의 일부이자 전쟁의 필수품인 전투식량이었다.
그런데 왜 북어(北魚)인가. 명태는 북쪽에서만 먹는 게 아닌데?
북쪽은 춥기 때문이다. 북어는 추운 곳에서 말린 생선이라는 뜻이다. 명태가 한 번도 녹지 않은 채 건조되어야 북어가 된다. 얼었다 녹았다가 반복되며 건조되면 황태가 된다. 황태가 되려다가 중간에 기온이 쭉 올라서 껍질이 변색되면 먹태가 된다. 건조 과정에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 추가되면 짝태가 된다. 한자로는 염태다.
황태 덕장에서 황태를 말리는 모습
북어는 보존 처리된 명태 중 가장 수분이 적어 보존력이 가장 높고, 단단해서 형태의 변화도 거의 없다. 전근대 한국인은 북어를 일종의 미라로 보았다.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상태란 얘기다. 아니 미라도 죽은 건 죽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서양식의 영육(靈肉)이원론으로 인간과 동물을 보기 때문이다.
전근대인의 입장에서 인간은 영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조선인에게 인간은 혼백(魂魄)과 신체발부로 이루어져 있다. 혼이란 넋의 정신적이면서도 고차원적인 부분이다. 인간이 죽으면 하늘로 날아가 흩어진다. 백은 넋의 물질적이면서도 저차원적인 부분이다. 인간이 죽으면 땅으로 들어가 서서히 자연에 동화된다.
정몽주는 이방원의 하여가를 듣고 단심가로 맞받아쳤다.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라는 구절이 있다. 원문을 보면 정몽주는 '넋'을 '혼백'으로 쓰고 있다. 백골이 흙과 먼지가 된다는 말은 혼보다 서서히 사라지는 백마저 완전히 소멸했음을 의미한다.
'혼비백산'은 혼이 날아가고 백은 흙의 일부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죽을 만큼 놀랐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사실은 죽음 이후의 상황을 건조하게 묘사한 사자성어다.
북어를 사람으로 치면, 혼은 날아갔는데 백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다. 이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자를 뜻하며, 따라서 인간계와 신령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북어는 한국 무속에서 신성하고도 요긴한 기물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이 머물던 점집
이 특수한 물건의 용도는 세 가지다.
첫째, 액막이.
집이나 사업장의 문간에 북어를 매달아두는 이유다. 북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기에 사악한 기운을 잡아먹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잡아먹는다고 위협하는 물건이다.
덧붙여 북어는 짜다. 짠 성질은 물, 불과 함께 정화를 뜻한다. 무언가 썩지 않게 하거나 깨끗이 관리하는 것들이니까. 북어의 염분은 재수 없는 사람이 나간 자리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액받이.
액받이는 액막이와 다르다. 북어는 삶과 죽음 사이의 존재이므로 귀신이 북어에 끌린다는 관념에 따른 용도다. 귀신이 탐내는 사람 대신 북어를 내준다. 이를 대수대명이라고 하는데, 한국 무속에서는 돼지와 북어를 쓴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중에 사람의 몸에 자리 잡은 귀신을 돼지 떼에 옮겨가게 한 사례가 있는데, 대수대명과 정확히 일치한다.
셋째, 메신저.
인간의 기복과 뜻을 신령에게 전하는 스피커로, 무당이 일하는 신당 제단에 올려진 북어는 주로 이 용도다.
2016년 10월, 국방부 국감에 참석한 노상원 전 사령관
출처 - (링크)
왜 이 이야기를 했느냐.
무당은 북어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노상원처럼 문간에 함부로 쌓아두고 방치하지 않는다. 거기다 무속-민간신앙에 쓰이는 북어는 눈알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잡귀를 잘 감시하고, 귀신을 속이고, 신령에 사람의 뜻을 잘 전할 거 아닌가? 헌데 노상원의 북어는 눈알 상태가 엉망이다.
즉, 나는 노상원을 진짜 무속인으로 보지 않는다. 뒷이야기를 할지 말지 (귀찮아서) 아직 모르겠다만, 노상원은 무속인 코스프레를 했으며 점집은 그의 위장 사업체였다고 확신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