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둔 탈북민 51% “돌봄기관 도움 못 받아”…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2024-12-27

어린 자녀를 둔 북한이탈주민 절반 이상은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비 부담으로, 경제적 지원에 대한 절실함이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27일 남북하나재단은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13년 만에 처음으로 ‘자녀 양육과 돌봄’ 항목을 추가한 2024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탈북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맞춤형 지원에 필요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응답자 10명 중 8명가량은 자녀의 주 양육자가 ‘본인’(77.6%)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배우자‘(18.8%), ‘조부모‘(2.4%) 등이 이었다.

주 양육자가 본인인 이들 중 91.4%는 ‘여성’이었고, ‘남성’은 16.7%에 그쳤다.

미취학·초등학생 자녀의 돌봄 형태는 ‘본인이 직접 돌봄’이 51.2%로 가장 높았다. ‘보육시설(어린이집)’(30.8%)이나 ‘학원’(23.8%), ‘유치원’(17.4%) 등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이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자녀 양육 관련해 겪는 어려움에서는 ‘양육, 교육비용 부담’이 72.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양육과 경제활동 병행 어려움’(66.6%), ‘학습지도 어려움’(64.4%)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양육 관련 지원은 ‘경제적 지원’(55.3%)이었다. 돈 문제로 인한 압박이 워낙 크다 보니 ‘자녀의 발달과 교육지원’(17.4%), ‘긴급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10.9%) 등은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는 전체의 35.3%에 해당하며, 평균 자녀 수는 1.6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261.6만원으로 지난해(245.7만원)보다 15.9만원(6.5%) 상승했다. 일반국민과의 임금격차는 지난해보다는 3.8만원 줄었지만 여전히 51.2만원가량 존재했다.

탈북남성의 경제활동상태 주요지표가 모두 지난해보다 나아진 반면 탈북여성은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으로 고용불안정성이 높아졌다.

탈북남성의 고용률은 74.3%로 지난해보다 2.0%포인트 상승했고, 실업률은 3.0%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비해 탈북여성은 고용률이 지난해보다 1.2%포인트 감소한 55.4%,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증가한 7.7%로 나타났다.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2024년 실태조사에 ‘자녀 양육과 돌봄’ 분야 실태조사를 계기로 제3국 출생 및 남한 출생 자녀 규모 추정과 현황 파악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북한이탈주민 자녀에 대한 지원 확대가 추진되는 정책환경 속에서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탈북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이번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맞춤형 지원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는 1997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만 15세 이상의 북한이탈주민 중 2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보고서는 재단 홈페이지와 학술정보포털을 통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