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들어 올리는 저 얼음새꽃의 생기를 봐

2025-03-0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한현수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

햇살 한 모금에 터지는 신(神)의 웃음을

(중간 줄임)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어둠 속 깨어나지 않는 벽을 넘어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고 있구나

낙엽더미의 굳은 목청을 풀어

마른 뼈들 살아 굼틀하는 소리

산을 들어 올리는 저 생기를 봐.

이제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여기 우리말 '봄'의 말밑(어원)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한 가지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이름씨꼴(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 '블+옴'이 되고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보아 우리말 봄의 의미로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우리말 봄은 ‘보다(見)’라는 말의 이름씨꼴 '봄'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수, 경칩을 지나 봄이 오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찬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새로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봄에는 언제나 ‘꽃샘추위’가 앞장선다. 벌써 봄산에는 얼음새꽃(복수초)이 피어 봄이 왔음을 외치고 있는데 소맷자락을 통해 몸속으로 파고드는 ‘꽃샘바람’은 아직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너무도 외로워 겨울이 채 가기도 전 성급히 얼음 사이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얼음새꽃을 무색하게 한다. 그러나 그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벌써 저 산 너머에서 마파람(남풍)을 몰고 오지 않는가?

한현수 시인은 그의 시 <얼음새꽃>에서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본다. 모두들 아직 봄이 아니라 할 때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며 꽃을 피는 얼음새꽃에는 산을 들어 올리는 생기가 엿보인단다. 아직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얼음새꽃은 그 추위를 밀어낸다. 어서 봄이 왔다고 얼음새꽃이 그 작은 몸짓을 더 살랑살랑 흔들어 준다. 매화보다도 더 일찍 눈을 뚫고 꽃소식을 전하는 얼음새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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