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연구
환하게 웃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당시 대표)과 그의 손을 맞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쿠팡의 대규모 투자유치 사례를 꼽을 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사진 한 장이다. 알고 보면 숨겨진 사연이 있다.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에 2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하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쳐 절차는 모두 끝났다. 한데 두 회사가 빠뜨린 게 있었다. 2조원대 대규모 추가 투자를 전 세계에 알릴 ‘사진 한 장’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쿠팡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비전펀드에 다시 연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손정의 회장이 내준 시간은 단 15분. 김범석 의장은 일본 도쿄로 다시 날아갔고, 15분 동안 손 회장을 만나 쿠팡의 미래를 바꾼 ‘인증샷’을 남겼다.
쿠팡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이날의 투자는 쿠팡에 어떤 의미였을까. “사람들은 ‘소프트뱅크가 숨 넘어가는 쿠팡에 링거를 꽂아줬다’ 했지만, 쿠팡 내부에서는 ‘범(Bom, 김범석 의장의 영어 이름)이 이번에도 필요한 투자를 제때에 받아왔다’고 여겼다.” 5년간 쿠팡에서 일했던 전 직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쿠팡(2010년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탄생하고 성장한 동년배 스타트업 중 쿠팡의 성장은 독보적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꼽힌 컬리(2014년), 토스(2018년), 야놀자(2007년), 당근마켓(2015년) 등의 스타트업 중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건 쿠팡(2021년 상장), 쏘카(2022년 상장), 배달의민족(2019년 매각)뿐이다. 이 중 기업공개(IPO)와 흑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커머스 유니콘은 쿠팡이 유일하다. 스타트업 쿠팡은 어떻게 성공했고 시장에 무엇을 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