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그렸는데 50만원’...서울시, 웹툰계 불공정 계약 막는다

웹툰 보조작가로 일하는 A씨는 근로 계약서상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지만, 사실상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다. 계약서에 ‘탄력적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야간·주말 근무나 사후 보정 작업을 하더라도 근로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악한 처우의 웹툰 보조작가를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는 17일 “웹툰 보조작가가 공정하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노동권을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웹툰 보조작가용 서울형 표준계약서 개발

통상 웹툰 한 편이 만들어지려면 콘티(대본)·데생(밑그림)·선화·채색·보정 등 7~9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웹툰 보조작가는 여기서 개별 파트를 담당한다.

문제는 그간 다수의 웹툰 보조작가가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고, 제작사·작가의 무리한 업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급여일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번에 서울시가 개발한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는 보조작가가 웹툰 메인 작가·제작사와 계약 시 활용할 수 있다. 계약서는 근로자용·프리랜서용 2종이다. 근로자용 근로계약서(1종)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적용한다. 또 프리랜서용 용역계약서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보조작가가 사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는 기본형(9페이지)과 간이형(2페이지)으로 제작했다. 간이형은 대금 지급방식에 따라 ▶전액 일시금 지급 ▶분할 지급 ▶고정 원고료 ▶컷당 원고료 4종이다.

서울시는 “계약방식 실태조사 결과 근로계약이 26%, 용역계약이 74%였다”며 “유사 표준계약서 사례를 분석하고 법률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종류의 계약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엔 ▶대금(임금) 지급 방식 ▶상호 의무·협조 ▶채무 불이행 ▶검수 ▶경력증명 ▶지식재산권 귀속 등의 조항을 담았다. 상호 협의로 대금 지급 방식이나 납품·검수기한을 정하고, 보조작가가 참여한 작품은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표준계약서는 서울시 누리집과 서울노동포털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2025년부터 토스뱅크 앱에서 작성 가능

서울시가 표준계약서를 내놓은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서울시는 기존에도 계약기준이 불분명한 프리랜서·노무 제공자 등 비정형 노동자를 위해 직종별 맞춤형 계약서를 개발·보급했다. 지금까지 운동 트레이너, 간병인, 플랫폼 방문 레슨 종사자, 1인 미디어 콘텐트 창작자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배포했다.

서울시는 오는 18일 토스뱅크와 ‘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공정한 계약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표준계약서를 개발·보급하고 토스뱅크는 서울시 권리 보호 사업 확산을 위한 서비스·홍보·캠페인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내년 1월부턴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 서울형 표준계약서 작성·계약도 가능하다.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와 ‘간병인 표준계약서’를 우선 지원하고,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는 최근 급성장 중인 웹툰 산업 내 공정한 계약문화를 조성하고 노동권익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서울시의 선제적인 시도”라며 “공정한 계약 문화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표준계약서를 꾸준히 보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