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대책 발표 앞두고 LH·HUG 사장 자리 공석
정부 정책 과제 쌓였는데… 하루하루 밀리는 인선에 실무자 불안 커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토교통부가 늦어도 다음 달 말에는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수장 자리를 비워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산하 공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 정책의 수행자 역할을 하는 만큼 사장 인선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나 현실적인 여건이 맞지 않아 실무진 마음만 급한 상황이다.

◆ 새 정책 나온다는데… 시행 열쇠 쥔 LH 내부는 '혼란'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한준 LH 사장이 이달 초 제출한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취임한 이 사장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임할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김윤덕 국토부 장관 취임과 함꼐 자리를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사표를 수리해야 이 사장이 정식으로 퇴임하게 된다. 이후 사장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되고 공모 절차와 일정이 잡히면 후보 공모와 심사가 이어질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LH 사업구조 개편을 직접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강도 개혁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수동적인 태도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라"고 당부하면서 김 장관 또한 지난달 취임식에서 "LH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택지를 조성한 후 민간에 매각하는 LH 사업 방식을 이른바 '땅 장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매각형 대신 임대나 지분적립식 등 새로운 유형의 공공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규 사업 도입 시 수익구조 변화나 투입 자금 증가가 불가피하다.
LH의 기존 업무는 그대로 진행된다. 이달 14일 발표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에서 따르면 당초 연내 3000가구였던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목표치를 8000가구로 확대했고, 매입 상한가 기준도 감정가의 83%에서 90%로 높였다. 3기 신도시 분양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등에 대한 필요성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LH의 업무가 더욱 늘어나고 복잡해지는 만큼 주택 정책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새 사장으로 올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역임한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번 국토부 장관 인선 때도 후보로 거론됐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다수의 공적 정책 수행의 적임자이지만, SH와 GH의 규모 대비 LH 규모가 다소 크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김헌동 전 SH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모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30년 간 쌓아온 경험을 쏟아 LH공사의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집값 안정을 추구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탁한 인물로, SH 사장 재직 시절 분양원가 공개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LH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보였다. 이 때문에 후보 물망에 오르긴 어렵단 시선이 지배적이다.
LH 관계자는 "아직 이 사장 사표 수리가 진행되지 않아 정확한 일정은 알 수 없지만 조만간 수리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낮은 등급을 받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유병태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을 대신할 기관장도 선임해야 한다. HUG는 지난달 24일부터 윤명규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HUG는 LH의 공공주택 공급에 따른 각 보증업무와 주택도시기금 운용을 담당한다. 분양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주택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기업인 만큼 새로운 주택 공급정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다. LH의 책무가 늘어날수록 HUG의 어깨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HUG 사장 인선 일정도 아직 미정이다. HUG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전이나, 지난 달 말 김 장관 취임으로 기관장 인선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선 절차 지연에 직원들 속 탄다… "투명한 선정 시급"
교통과 항공 분야에서도 현 정부가 요구하는 방향대로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만큼 강도 높은 정책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석이 예상되는 기관장 공석을 채우는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RT 운영사인 이종국 에스알(SR) 대표는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으로 강등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2월 SR 사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지난해 12월 종료됐지만 정국 혼란 속에서 후임 인선이 지연돼 직무를 계속 수행해 왔다. 에스알 관계자는 "아직 이 대표 사직서 수리가 안 돼 업무는 지속되고 있다"며 "자세한 수리 일정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국토부는 코레일과 에스알을 불러 별도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임 대표의 일 순위 과제는 코레일과의 통합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고속철도 통합을 통한 열차 운행횟수 증대와 국민 편의 증진, 안전성 강화 등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통합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통합을 찬성하는 코레일과 독자 운영권을 보장해달라는 에스알 사이 입장 간극을 메우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밖에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다. 윤형중 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3월 임기 1년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해 1년 넘게 직무대행 체재를 유지 중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올해 경영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국토교통 정책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임원 후보자의 선정부터 검증, 임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과정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임원 선임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임원 선출을 위해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형식적인 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원후보자를 엄정하고 면밀히 심사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