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화·기술력 강화·원가율 억제 등 방점 달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한 방향을 조직개편에서 엿 볼 수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진행한 2025년 신용등급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업종 중 하나로 건설을 뽑았다.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에다. 안정적 먹거리인 SOC 사업도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SOC예산을 25조4344억 원으로 책정했는데 올해 대비 1조 원 줄어든 규모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황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이 눈에 띈다. 장기화되는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해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건설사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직개편의 방점은 다르다. 먼저 조직슬림화를 통해 유연한 건설경기 침체를 대응하겠다는 건설사들이 눈에 띈다. GS건설은 기존 102개의 그룹과 담당으로 이뤄진 ‘본부-그룹-담당-팀’ 4단계의 조직구조를 ‘본부-부문-팀’ 3단계로 축소했다.
임원 직위 체계도 기존 ‘사장-부사장-전무-상무’ 4단계에서 ‘사장-부사장-상무’ 3단계로 줄였다. 또 수평 조직 문화를 위해 직원 간에 적용한 ‘님’이라는 호칭을 임원·직책자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GS건설은 의사결정 구조의 단순·명확화와 본부장 중심의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도 최근 7본부 3단 4실 83팀을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줄인 바 있다. 안전과 재무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재무관리본부와 전략기획본부를 단일화해 재무관리본부로 재편했다. 안전품질본부는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단'급 조직으로 축소됐으나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배치해 권한은 강화됐다. 대우건설 측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 건설시장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사들의 이슈로 떠오른 원가율 억제에 중심을 두고 조직을 정비한 곳도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원가·수주경쟁력 강화'를 콘셉트로 잡았다. 사업부문을 1부문, 5본부, 4실로 구성하면서 원가기획팀과 하이테크사업실 신설. 특히 원가기획팀은 건축, 인프라, 상품팀 등에 나뉘어져 있는 견적 기능을 통합해 원가율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술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기존 건설본부를 건축본부로 변경하고 기술팀을 신설했다. CSO 조직 내에도 기술안전팀과 품질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건설시스템을 혁신해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목적"이라며 "건축본부와 인프라개발본부 간 협업과 소통강화"에 포인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사들은 이같은 조직개편이 구조조정으로 인식될까 조심스럽다. 구설수 하나도 악재로 번질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회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