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야생동물] 산불과 야생동물

2025-04-10

21세기 들어 거의 매년 세계 각지에서 대형 삼림화재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고성산불, 강릉산불, 동해산불, 울진산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인명 사상과 가옥, 사찰 문화재 소실 등의 피해를 보았다.

지난 3월 하순부터 발생한 경남 산청과 하동, 경북 의성 산불은 이전과 달리 특히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여 소식을 접한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15~24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평균 546건에 4003ha의 산림 면적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수십 년 이상 정성으로 가꾸고 지켜온 삼림이 하룻밤에 불에 타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이 생명을 잃고 생존 위기에 내몰리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밝혀진 사례가 없다.

이번 글에서는 삼림화재와 산불에 의해 야생동물이 입은 심각한 피해가 밝혀진 세계 사례를 소개한다. 삼림화재와 산불 발생 원인이 75% 이상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라는 사실에 산을 찾는 이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피해받은 호주 삼림화재

“캄캄한 여름(Black Summer)”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삼림화재는 2019년 7월 발생하여 이듬해 2020년 3월까지 장장 7개월 동안 1000만ha의 광활한 토지의 수목과 초원지대를 휩쓸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원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삼림화재는 독특한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여겨져 왔다. 과거 20년간 오스트레일리아 삼림 면적의 1%가 매년 화재로 소실되지만, ‘반크시아(Banksia)’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생식물은 삼림화재의 열을 이용하여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번식전략으로 종족 유지를 성공적으로 이루어왔다. 하지만 Black Summer로 이전과 비교하여 20배에 해당하는 대규모 토지가 불타고, 오스트레일리아 특유의 독특한 생태계의 상징 동물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하여 총 30억 마리의 포유류, 파충류와 조류가 생명을 잃거나 서식 터전을 잃었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가 시드니대학과 협력하여 조사 분석 작성한 오스트레일리아 삼림화재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전 국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1900만ha가 불에 타고 코알라를 포함 죽거나 살 곳을 잃은 동물의 수는 약 30억 마리(초기 보고보다 10배 증가)였다. 분류군별로는 포유류가 1억4300만 마리, 파충류가 24억6000만 마리, 조류가 1억8000만 마리로 집계됐다.

중남미 볼리비아

2024년 7월부터 산타크루스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수의 삼림화재가 발생했다. 9개의 피해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산타크루스에서는 토우카바카보호구의 원생림 100ha가 완전 소실되었다.

산타크루스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화재에 의해 오셀롯, 퓨마, 재규어, 사습, 개미핥기 등 사망한 야생동물은 230만 마리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러시아의 삼림화재와 야생동물 피해

러시아에서는 매년 삼림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낙뢰에 의한 자연발화도 있지만, 해충구제 목적의 인위적 산불과 불 관리 소홀로 인한 실화도 다발하고 매년 상황은 악화일로다. 연간 삼림화재로 인한 피해 면적은 평균 1000만ha다. 2018년 이후 피해지역의 면적은 증가하고, 2021년은 적어도 1816만ha의 토지가 피해를 보았다.

2021년 화재가 심각했던 지역은 시베리아 동북부 사하공화국(별칭 야쿠티아. 러시아 국토 면적의 18% 차지)이었다. 2021년 5월 눈이 녹으면서 최초의 화재 발생했다. 6월 하순 순식간에 화재지점이 증가하여 8월 하순까지 약 1000만ha 면적이 불에 타고, 화재 연기는 3000km 떨어진 북극점까지 도달했다. 북극점에 화재 연기가 도달한 것은 NASA의 북극점 관측 사상 처음이었다.

사하공화국은 세계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호랑이와 표범도 서식하고 있다. 아북극 기후대 한냉 기온의 수목 성장은 종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가 열대우림의 수십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서식지가 복원될 때까지 생존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이 살아남을지가 관건이다.

2021년 여름은 기상이변으로 한여름 그늘에서도 섭씨 36도의 고온에 가뭄이 지속하여, 한반도 접경 연해주 지역 우수리스크지방에서는 27만ha의 숲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와 극동표범(한국표범)의 서식지로 알려진 주변 비킨강 자연보호구 등 인접 보호지역에서도 화재 피해가 속출하였다.

어두운 미래, 산불 방지 해결책은?

대형 산불의 발생과 그로 인한 천문학적 금액의 사회적 경제적 피해,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동(이상기후), 날로 심각해가는 지구온난화 현상, 대규모 삼림의 소실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야생 생물의 죽음…

삼림화재, 산불 발생 원인을 기후변동 즉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산림 관리 당국과 관련 기관, 관계자의 무책임한 의견을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한다. 과연 그 원인 진단은 사실일까? 객관적 사실은 산불 발생의 주원인은 삼림관리의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산불 발생의 인과 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기후위기 탓으로 돌리기 전에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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