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8·15 경축사 관련
“북한,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
가장 큰 변수로 ‘러시아’ 지목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18일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정은은 앞으로 상황이 달라지는 데 따라 자기도 바뀔 수 있으니 현재는 신중 모드”라며 “동생에게 악역을 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태 전 처장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우리는 김여정의 담화와 김정은의 최근 말과 행동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인 태 전 처장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을 지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남측의 대북 긴장 완화 및 평화 추진 정책에 대해 “어리석은 꿈” “헛수고” “너절한 기만극”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같은 날 평양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경축 행사 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태 전 처장은 “김정은이 할 말이 있었음에도 침묵을 지킨 것은 향후 벌어질 국제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나고 일본 총리도 만나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들이 쭉 있다”며 “여기에서 북한 관련 여러 문제가 논의되는 것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처장은 ‘북측이 한국 정부에 화답할 가능성이 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김정은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는 화답이 나올 것”이라며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때는 계속 지켜볼 것 같다”고 답했다.
태 전 처장은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천명한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다 들어가 있는 내용을 다시 언급한 것”이라며 “북한이 지금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구조적으로 대단히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태 전 처장은 “현재 김정은 정권은 선대의 통일 정책을 뒤집고 적대적 두 국가로 가자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북한으로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대단히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처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북한이 가장 힘들었을 때라 남북관계에 정말 목말라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금은 러시아라는 큰 우군이 북한을 매일 찾아온다”고 말했다.
태 전 처장은 그러면서 “지금 북한은 러시아만 잘 뛰고 있으면 남북관계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아도 살 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서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북한은 시간상으로 쫓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태 전 처장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은 비핵화 전제 대화에는 안 나갈 것이니까 핵 동결이나 위기관리 같은 군축을 목표로 둔 회담을 하자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처장은 “지금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은 실리도 없고 가능하지 않다며 북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태 전 처장은 김 위원장 딸 김주애가 후계자인지에 대해 “지금 그 시그널(신호)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김주애가 단독 행동을 하느냐, 북한 언론 출판물에 김주애 공식 직함이 나오느냐가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책정됐다는 징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