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홍역 환자가 지난해보다 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여름철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홍역 유행국발(發) 감염 위험을 경고하면서 귀국 후 3주 이내 의심 증상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나온 홍역 환자는 68명이다(이달 9일 기준 누적치). 이는 지난해 동기 환자 수(47명)보다 44.7% 증가한 수치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환자와의 접촉,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홍역에 걸리면 감기처럼 기침·콧물·결막염 등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온몸에 발진이 생기는 식이다.
올해 홍역 환자의 72%(49명)는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 입국 후 확진된 '해외유입' 사례다. 베트남 방문 후 감염이 42명으로 최다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3명), 우즈베키스탄·태국·이탈리아·몽골(각 1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을 통해 집·의료기관에서 추가로 전파된 환자가 28%(19명)이다.
이러한 홍역 환자 증가세는 전 세계적 양상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후 해외여행 증가, 팬데믹(대유행) 중 낮아진 백신 접종률 등의 여파다.
특히 지난해부터 예방 접종률이 낮은 국가 중심으로 환자 발생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홍역 퇴치국이며, 2차 예방 접종률도 96%(2023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 환자의 절반 이상(54%)은 홍역 백신(MMR 백신) 접종력이 없거나 접종한 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없이 해외로 나갔다가 감염된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질병청은 "홍역에 대한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변에선 캄보디아·필리핀·중국·몽골·라오스·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이 홍역 유행국으로 꼽힌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집계에 따르면 캄보디아(2582명), 필리핀(2259명) 등의 올해 환자 수는 2000명을 넘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체류 중 감염 위험이 큰 셈이다.
이러한 유행국을 방문하기 전 미접종자나 접종 이력이 불확실한 사람은 홍역 백신을 미리 맞는 게 좋다. 여행 등을 마치고 귀국한 지 3주 이내엔 발열·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잠복기가 7~21일(평균 10~12일)이라서다. 의심 증세가 나타날 경우,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영아나 임신부 등 가정 내 고위험군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즉시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해외 방문 후 3주 이내에 홍역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 방문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의료기관도 환자 홍역이 의심될 경우, 최근 해외 방문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보건소 등에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