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리포트] ②급여 제한에 비싼 치료제 우선 선택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에는 우열이 없다. 환자마다 증상, 치료 반응이 제각각인 이질성이 커서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등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표적 치료제 간 우열은 없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알맞은 약으로 처방할 것을 권장한다. 그런데 한국 상황은 다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간 교체 투여 시 급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2023년 기준으로 다른 약보다 3배 이상 비싼 생물학적 제제가 전체 처방의 94%를 차지하는 등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쏠림 현상은 약제 효과와는 관련이 없다.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 연구에서는 JAK 억제제가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도 있다. 다양한 약제를 비교 평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NMA)에서도 일부 JAK 억제제는 생물학적 제제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약 쏠림 현상의 원인은 비용이다. 교체 투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만약 첫 치료제로 실패해 다른 치료제로 바꾸면 보험 급여 및 산정특례(환자 부담 10%)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급여로 환자가 100% 부담하게 될 경우를 감안해 대부분의 환자가 첫 치료제로 가장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선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의 약가는 한달에 약 90만~140만원, JAK억제제 약가는 약 50만~70만원 선으로 차이가 크다. 교체 투여를 제한하는 현재의 보험 급여 기준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으면 환자는 환자대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기 어렵다. 또 처음 선택한 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바꿔야 할 때 전액 부담해야 할 약값을 우려해 가장 비싼 약을 선택하면서 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이 심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토피 표적 치료제 간 우열은 없어
만약 교체 투여로 다시 급여 인정을 받으려면 4주 이상의 국소 치료를 받고 12주 이상의 전신 면역 억제제 투여 과정을 거친 다음에도 EASI 50% 이상의 감소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야만 한다. 급여를 인정 받으려면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워 비급여로 치료를 지속하게 된다. 급여 기준을 빠르게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를 쓰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JAK 억제제로 넘어가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이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최응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피부과 교수) 회장은 “당연하게도 약이 고가라고 해서 치료 효과가 더 높은 것이 아니다. 치료제를 선택할 때 가격보다 주치의와 상의해 자신의 상태에 가장 잘 맞는 약을 우선 선택하고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약제로 빠르게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까지는 교체 투여 불허로 인해 고가 약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왜곡이 있었는데, 급여가 되면 합리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제 간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거나 교체 투여로 약효를 입증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JAK 억제제 계열인 린버크(유파다시닙)는 국내 중증 아토피 피부염 시장 점유율 1위 치료제인 듀피젠트(두필루맙)와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한 LEVEL UP 연구에서 치료 16주차 EASI 90 도달률이 린버크 치료군은 40.8%로 듀피젠트(22.5%)와 비교해 차이가 확실했다. 특히 치료 16주차에 가려움증 개선도(WP-NRS 0/1 달성) 역시 린버크 치료군은 30.2%로 듀피젠트(15.5%)보다 우월했다.
또 다른 JAK 억제제 계열 치료제인 시빈코(아브로시티닙)는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듀피젠트 치료 실패군을 대상으로 시빈코로 교체 투여하는 JADE REGIMEN 임상 연구에서 듀피젠트 무반응자에서 시빈코 200㎎의 EASI 90 달성률이 59.5%나 됐다. 특히 JADE EXTEND 임상을 토대로 12주 간 단기 사후 분석을 통해 듀피젠트 치료 반응 여부와 관계 없이 교체 투여했을 때도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듀피젠트 반응군에서 시빈코로 교체 투여했을 때 치료 12주차에 EASI 75 달성률은 시빈코 200㎎ 투약군에서 93.5%, 듀피젠트 무반응군에서 치료 12주차 EASI 75 달성률은 시빈코 200㎎ 투약군에서 80%다.
급여 기준 조정 늦어질수록 환자 고통 커져
생물학적 제제 계열로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인터루킨-13(IL-13) 억제제 기전의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도 같은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두필루맙) 치료 경험이 있는 중등도- 중증 아토피 피부염 성인 및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한 ADapt 3b임상 중간 분석 결과에서 두필루맙 치료를 중단했던 대다수 환자의 피부 증상을 개선했고 가려움증을 감소시켰다. 또 치료가 어려운 얼굴·손 피부염에서도 의미있는 개선을 확인했다. 특히 두필루맙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던 환자군도 엡글리스 투여 16주차 기준으로 46%가 EASI-75를 달성했다.
최 회장은 “모든 약의 교체 투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급여 기준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결국 환자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라며 “빠른 조치를 위해 기전 간 교체 투여를 먼저 허용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제한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따르면, 관련 학회에서 교체 투여 관련 급여기준 변경이 요청됐고 임상적 필요성, 가이드라인, 임상 문헌이 추가된 근거 자료를 고려해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 투여를 인정하는 것으로 논의됐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재정 영향 분석 등 평가를 진행 중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 등 일정에 따라 관련 고시 시기가 결정 될 예정이다. 김예지 의원실 관계자는 “가급적 연내 교체 투여가 가능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