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절박한 日이시바. '비자금 의원 무공천' 소신 결국 접나

2024-10-06

'5수' 끝에 자민당 총재 선거에 승리하고 지난 1일 일본 제102대 총리에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 27일로 예정된 총선거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의원들을 공천할지 여부 때문이다. 이들을 공천하면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할뿐더러 총재 선거 당시 밝혔던 소신을 뒤집었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렇다고 공천에서 배제하면 당내 융화가 어려워져 그렇지 않아도 약한 편인 당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고, 총선에서 '자민당 단독 과반 의석 확보'란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5일 저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소신 연설에서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깊은 반성'을 이야기하는 건 이례적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이시바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잃어버린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또한 새 정권의 '키워드'로 "납득과 공감", "규칙을 지키는 것" 등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시바 총리는 연설에서 “문제를 지적받은 의원 한 명 한 명과 다시 한번 마주하면서 반성을 요구하며 규칙을 지키는 윤리관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계에선 당사자들의 반성을 전제로 비자금 관련 의원들을 공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본인이 총재 선거 출마 선언 당시 밝힌 '공천 소신'과는 딴판이다. 이시바는 지난 8월 말 “국민의 심판을 받을 자격이 있는 후보인지, (공천 여부를 통해) 당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당 차원의 처분을 받은 의원은 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4일 국회 연설 직후 야당 의원들은 "총리가 되자 말을 바꿨다"며 이시바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랫동안 비주류파였고 당장 당내 입지 강화가 필요한 이시바는 어떻게든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당내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27일 치를 선거에서 자민당의 과반 의석 확보(233석)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총선을 겨우 20여일 남긴 시점이라 당 처분을 받은 현역 의원을 대체할 새 후보를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국회의원 선거는 현역 의원이 큰 문제가 없는 한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지역구로 공천된다.

특히 중의원은 조기 해산 가능성 때문에 평소에도 꾸준히 지역구를 관리하는 편이고, 지역구 주민들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역 의원이 다시 출마할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촉박한 시점에서 새 후보를 공천하면 인지도 부족으로 낙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256석을 가지고 있다. 지난 4월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돼 당으로부터 처분받은 의원 중 22명 정도가 이번 총선에 출마하려 하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는 자민당엔 상당한 숫자다.

아울러 당내 융화 문제도 있다.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돼 처분을 받았던 의원들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의원 등 대부분 옛 아베파 의원들이다. 이시바 총리가 자신과 각을 세워온 이들을 공천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 의원에게 지역구 공천을 주되, 비례대표와 중복입후보를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후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출마할 수 있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와 득표 차이가 작으면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가 지역구 낙선에 대비해 비례대표에도 입후보한다.

그러나 정치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만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란 ‘보험’을 주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유권자로부터 신임을 받았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이후 자민당은 모든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지지율이 추락한 상태라, 지역구에 튼튼한 기반이 없다면 낙선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자민당 일각에선 해당 의원들로부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으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출마하게 해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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