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인 만큼 생태계 전반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W 없이는 AI도 없다'는 관점에서 대대적 변화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GPU부터 클라우드까지 인프라는 '기본'
대선에 앞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KACI) 등 SW, 클라우드 업계는 클라우드 인프라 자립과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보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제언한바 있다. AI 시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핵심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국산 AI 반도체 기반 실증센터 설립 △공공 클라우드 전환 등을 포함해서 인프라 중심 정책을 제시했다.
고성능 GPU 확보는 오는 2027년까지 고성능 GPU(H100급 이상) 5만장을 확보하고, 공공과 민간이 공동 활용하는 'K-GPU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연구자,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균등하게 연산 자원에 접근하고, GPU 바우처 제도와 연계해서 연간 1만개 이상 기업·기관에 지원하자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산 AI 반도체 실증과 적용 확대를 위한 전용 실증센터 설립을 조언했다. 또한 전국에 10개소에 지역 거점형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역 균형 발전과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분산을 위해서다.
이들은 특히 클라우드 통합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통해 연산 자원 배분, 과금, 모니터링 등 기능을 제공해서 데이터와 인프라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산 클라우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특히 공공기관이 국산 클라우드를 우선 사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신뢰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언 목표가 달성될 경우 초거대 AI 개발과 AI 서비스 산업 전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KOSA 관계자는 “국산 GPU와 AI칩, 데이터셋, 클라우드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형 생태계가 구축되면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소규모언어모델(sLM) 기술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산업별 AI 수요 대응력도 또한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국에는 기술 의존도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AI 경쟁력을 갖춘 클라우드 자립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시대 걸맞는 SW 정책·지원…공공SW 고질적 문제 개선해야
AI 시대 데이터, 오픈소스 등 신기술 활용이 높아진다.
데이터산업계는 데이터 품질 향상 및 정확한 가치평가를 통해 데이터거래소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생산·거래·유통·활용을 촉진해야함을 강조한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을 위해 데이터 저작권 이슈도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다. 국가 차원에서 저작권 있는 데이터와 없는 데이터를 구분해 AI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지원해야한다는 것이다.
AI·데이터 주권 확립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산 우수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현지에 저장하고 국가 AI·데이터 상호 연결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국가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보기술(IT)서비스산업협회도 거대 공공데이터 수집·관리를 총괄하는 '데이터청(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공공데이터의 수집·관리·개방을 통합적으로 관장하는 국가 단위 거버넌스를 구축해 부처별로 분산된 데이터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정책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공공데이터의 표준화, 품질 관리, 개방 범위를 확대 추진하고 공공데이터 품질 증대와 민간 활용 촉진을 통한 데이터 기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게 협회 시각이다.
또 협회는 공공데이터를 중심으로 민간 데이터와 연계한 유통 시스템 전환이 필요함을 요구한다. AI 고품질 학습데이터 확보를 위해 'AI 데이터 활용권'을 명문화하고 공공·민간 데이터 개방, 데이터 거래시장 조성 등의 다층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기업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학습·활용하도록 동의 기반 활용을 적극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오픈소스도 SW와 AI 산업 생태계에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AI 등 주요 서비스를 오픈소스로 공개, 생태계 강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심호성 한국오픈소스산업협회 부회장은 “AI 시대에 오픈소스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경우 미국 기술 독점화를 막기위해 대대적으로 오픈소스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며 산업 보호·성장에 주력한다”며 “인재양성뿐 아니라 오픈소스가 제대로 활용되고 관리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법·제도와 공급망, 저작권 등 포괄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SW 시장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새 정부에서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는게 업계 바람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 이후 SW 분야 대대적 투자가 이뤄졌던 적이 없었다”며 “새 정부에서 AI뿐만 아니라 공공 SW 산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와 투자가 단행돼야 AI와 SW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AI 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 부회장은 “이 같은 투자가 마중물이 돼 산업 전반을 성장하게 하려면 과업 범위 산정부터 대가 체계까지 공공 SW 분야 고질적 문제가 선결돼야한다”며 “현재 논의되는 법·제도 개선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