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멍게, 독특한 식감·향에 호불호 갈려…탕으로 끓여서 부담없이 즐겨요

2025-01-21

멍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중간은 없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좋아하는 사람은 멍게의 모든 면을 애정한다. 그들은 멍게에서 진한 바다의 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쫄깃하면서도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재밌다며 즐거워한다. 짭조름한 맛이 지나가면 은은한 단맛이 남아 뒷맛까지 사랑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멍게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멍게에 비누·세제 맛, 암모니아·요오드 향, 게다가 고무 같은 질감을 지녔다고 불평한다. 먹고 나서도 비릿한 향이 오래간다며 투덜거린다. 댄 주래프스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인간은 부정적 견해를 서술할 때 다양한 어휘를 쓰는 경향이 있다. 언어학자들이 부정적 차별화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멍게를 앞에 두고 호불호를 물어보면 이런 경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린다 해도 멍게를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드물다. 전세계 멍게 생산량 중 6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

하지만 멍게를 이렇게 전국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지는 50여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엔 자연산 멍게가 소량으로만 채취돼 바닷가 주민이나 맛볼 수 있었다.

멍게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1970년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양식 기술을 개발·보급하면서다. 1973년 경남 통영 영운항에서 자연산 종자를 시험 양식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고, 1974년 국립수산과학원이 인공종자 생산기술을 개발해 통영을 중심으로 멍게 양식이 자리 잡게 됐다. 국내 최초로 멍게 양식이 시작된 통영은 지금도 전국 멍게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1월부터 출하가 본격화된다.

멍게 양식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양식업으로 주목할 만하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자재를 이용해 양식한다. 다른 어류 양식과 달리 멍게는 사람이 먹이를 주지 않아도 바다 속 플랑크톤을 섭취해 자란다. 멍게는 보통 2년여를 기른 뒤 출하되는데, 그간 바다 수온을 살피며 돌본 어민의 눈엔 수확철 멍게가 바다에 핀 꽃처럼 보일 터다.

진정한 미식가라면 양식과 자연산의 미묘한 맛 차이를 구분하려 애쓰기보다 양식 멍게에 담긴 정성 어린 맛을 느껴보는 게 낫다.

멍게는 고단백에 지방 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음식이다. 나트륨·칼륨·마그네슘·아연·철·칼슘 등 미네랄도 풍부하다. 버려지는 멍게 껍질도 고부가가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껍질에서 탈모 방지, 시린 이 치료, 아토피 피부염 완화, 혈당 조절 등 각종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제철 멍게맛이 진해지는 여름이지만 양식 멍게는 연중 내내 먹을 수 있다.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겨울 멍게도 좋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 있는 들름집에 가면 멍게·골뱅이·미역을 넣고 끓여낸 멍게뚝배기탕을 맛볼 수 있다. 탕으로 끓이면 멍게 특유의 바다향을 내는 신티올이란 불포화 알코올 성분이 상당 부분 날아가니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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