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중 CISO 스피커 참가기] 글로벌 무대서 본 사이버보안의 새로운 흐름…’GITEX ASIA’와 ‘GISEC Global’

2025-05-27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사이버보안 역량 확실히 각인시킬 때

올해 필자는 싱가포르와 두바이에서 각각 개최된 글로벌 보안 컨퍼런스인 ‘GITEX ASIA 2025’와 ‘GISEC Global 2025’에 초청받아 항공 사이버보안 분야의 연사로 참가했다. 두 행사 모두 미국 중심의 기존 보안 컨퍼런스들과는 다른 중동 및 아시아권 중심의 대규모 행사로, 필자는 여기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의 사이버보안 위험성과 현재 항공산업 전반의 보안 대응에 대한 주제를 발표했다. 이번 참가를 통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행사 운영방식과 기술 중심의 글로벌 흐름을 체감할 수 있었고, 특히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GITEX ASIA 2025: 기술과 사업이 융합된 대형 ICT 전시회(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올해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서 개최된 GITEX ASIA 2025는 AI를 중심으로 사이버보안, 양자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연결 등 다양한 IT 분야를 아우르는 초대형 전시회였다. 이 행사는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권역별로 분리하여 운영되며, 작년 기준으로 Fortune 500 기업의 75%가 참여했고, 180개국에서 1,200명 이상의 투자자와 2,500개 이상의 스타트업, 27만 5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가했다.

GITEX는 총 7개 스테이지에서 16개 트랙으로 나뉘어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필자는 ‘Cybersecurity Risks in UAM’을 주제로 15분간 발표했다. 필자가 속한 제주항공은 AWS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과 함께 DEEPTECH 섹션의 주요 연사로 참여했으며, 발표 후 현장에서 여러 기업들과 활발한 상담이 이어졌다. 특히 세션 종료 후 여기저기서 박수와 네트워킹이 이어지는 모습은 이전에 경험했던 RSAC나 AWS 행사와는 또 다른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전시장에는 전문 DJ가 상시 음악을 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행사 주최 측에 이에 대해 묻자, "이곳에서는 원래 이렇게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고 답했다. 발표장이 전시 공간과 분리된 구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곧 그 열정적인 분위기에 적응하게 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스타트업과 VC의 연결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각종 트랙은 기술 중심일 뿐 아니라 사업화에 초점을 맞춰 구성되었고, 전시 참가 기업들도 투자자들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받았다. 참여국이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전반적인 보안 수준은 한국보다 1~2년가량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제로 트러스트와 AI 관련 주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진출이 두드러졌고, 인도의 기술기업들도 점차 자국 기반 창업과 기술 독립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의 AI 및 로봇 분야 기술 수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으며, 인도 역시 머지않아 한국의 기술력을 위협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GISEC Global 2025: 사이버보안에 집중(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

또 5월 6일부터 8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린 GISEC Global 2025는 중동 최대의 정보보안 행사로, 사이버보안에 보다 집중된 형태로 구성되었다. 올해의 주요 주제는 AI 기반 보안 대응과 랜섬웨어로, 160개국에서 25,000명의 보안 전문가와 450명 이상의 CISO, 그리고 75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해 KISA도 발표자로 참석했으며, 국내 보안기업 3곳도 전시에 참가했다.

행사장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촬영지로도 유명한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였으며, 전시장 곳곳에 ‘FIND YOUR WAY with ME’라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돕고 있었다. 입구에는 엑스레이 투시 장비를 설치해 보안 검색을 진행하는 등 행사 운영도 매우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GISEC은 총 8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었고, 필자는 그 중 Critical Infrastructure 섹션에서 발표 및 패널토의에 참여했다. 아쉽게도 동시에 진행된 프로그램을 충분히 관람하진 못했지만, 국내 BoB와 유사한 형태의 해킹대회도 함께 열렸다. 특히 ‘North STAR’ 트랙에서는 선정된 스타트업이 발표를 하고, 전문가 심사를 통해 직접 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투자 담보 없이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행사 전반에서는 화웨이(Huawei)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참여한 화웨이는 통신과 인프라 부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고, 반면 삼성은 비교적 작은 규모로 참여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중동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 진출 필요성이 다시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필자가 느낀 새로운 기회의 장, 중동 중심 글로벌 컨퍼런스의 의미

두 행사 모두 DWTC(Dubai World Trade Centre) 주관으로 진행되었고, DWTC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보안 행사 주최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주최 측은 참가 국가 및 연사 섭외에 큰 공을 들이고 있었으며, 행사 당일뿐만 아니라 사전 매칭 시스템을 통해 연사와 벤더 간의 자연스러운 미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GITEX에서는 하루 종일 미팅 일정을 소화해야 할 정도로 많은 기업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점은 스타트업과 VC 간 연결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민간 주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해외 연사들을 초청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산업 성장 의지를 강하게 반영한 것이며, 우리도 이러한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기술 수준 면에서는 아직 우리가 한발 앞서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특히 제로 트러스트나 AI 보안에 관한 트렌드는 한국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도해온 내용들이 현지에서는 이제 막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포장해 글로벌 시장에 소개한다면 훨씬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두 행사에서 발표자 및 패널토론자로 참여하면서 해외 보안 업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했고, 링크드인(LinkedIn)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장에서는 명함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 문화도 신선했다. 이제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무대에서 우리 기술력과 역량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말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 말처럼, 한국 안에만 머물며 소극적으로 외부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 나가며 그들을 참여하게 만들고,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확실히 각인시킬 때다. 이번 해외 컨퍼런스 참가 경험은 단기간의 출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내 전문가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연결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이혁중 제주항공 C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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