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비트코인과 삼성전자

2024-11-15

“한국 주식 사세요. 질 좋고 오래 켜지는 한국 주식이 있답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밤, 소녀는 주식을 하나도 팔지 못하고 맨발로 거리를 헤맨다. 그러다 지나게 된 어느 집 창문 안으로는 너무도 따뜻하고 안락해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 집에는 ‘테슬라’ ‘비트코인’ ‘엔비디아’가 있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무너지자 이를 비웃듯 온라인에 떠도는 만화 『주식팔이 소녀』(덴마크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각색)의 내용이다. 이때 성냥팔이 소녀가 느끼는 소외감은 ‘포모(FOMO·뒤처지는 두려움)’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기도 한다.

트럼프랠리에 포모 현상 다시 고개

변동성에 흔들리지말고 가치 투자

포모 현상은 집단 흐름에서 뒤처질까 하는 마음에 나타나는 고립 증후군을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 자산시장이 요동치면서 포모 현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과 국민주식 삼성전자 투자자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이후 고공행진하면서, 코인을 산 사람과 못 산 사람 모두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어제 비트코인 팔았는데, 우울합니다” “비트코인 없어서 속상합니다” 등 최대 수익을 얻지 못한 투자자들의 소외감 토로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반대로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삼성전자엔 ‘빚투’(빚내서 투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액은 12일 기준 1조294억원으로 주가가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7월 11일 이후 약 5000억원이 늘었다. “나중에 오를 때 혼자만 소외되는 경험을 하기 싫다”며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또 다른 포모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포모 현상은 특히 공동체사회 성향이 짙은 한국에선 더 취약한 증후군으로 꼽힌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고, 나 혼자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크게 느껴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런 포모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덜 효율적으로 살라”고 조언한다.

정신의학과에선 벼락부자가 된 타인의 성공을 보면서 ‘왜 나는 이루지 못했지’ 하는 열등감과 초조함에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집단 흐름에 쏠리지 않는 중심 잡기가 중요해졌다. 포모 현상의 반대말이 조모(JOMO)다. ‘나는 나’라는 철학으로 소외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심리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곳으로 같이 다니면 먹을 건 없고 발만 밟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나 비트코인은 포모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정 가치에 따른 상승과 하락을 예견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유동성에 의한 상승이 지속될 수 있지만, 자산으로서의 가치에 적합한 수준의 가격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다.

투자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이 어려울 땐 객관적 지표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14일 기준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85, 1.03배이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수치로, 1배 미만이면 보유 자산보다 주가가 싸다는 뜻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장부 가치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주가는 멀리 보면 (가치에 따른) 제자리를 찾아간다”며 “트럼프의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멀리 내다보고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투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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