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로 암 감지하는 ‘스마트 생리대’ 개발된다

2025-05-29

그동안 단순히 버리고 처리해야 할 체액으로 간주됐던 생리혈이 건강 진단의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매체 Interesting Engineering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 ‘MenstruAI’는 생리혈 속 생체표지를 분석해 암이나 염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생리대다. MenstruAI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 게재됐다.

이 시스템은 전자장비 없이 작동하는 센서를 생리대에 탑재하고, 사용자는 사용한 생리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전용 앱으로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염증성 질환이나 암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다양한 단백질 수치로 확인된다.

“폐기물이 아니라, 정보의 보고입니다”

MenstruAI의 공동 연구자 루카스 도스농(Lucas Dosnon)은 “그동안 생리혈은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여성 건강에 대한 체계적 무관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생리혈이 소중한 의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생리혈에는 수백 가지 단백질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정맥혈 내 농도와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 중에는 염증 지표로 알려진 C-반응성 단백질(CRP), 암과 관련된 암배아항원(CEA),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증과 연관된 CA-125 등이 포함된다.

사용법은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처럼 간단

MenstruAI의 핵심은 종이 기반의 테스트 스트립으로,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와 유사한 원리를 활용한다. 생리혈이 특정 단백질과 반응하면 색이 짙어지며, 이 색 변화의 정도를 AI 기반 앱이 정밀하게 분석한다.

사용자는 생리대를 착용한 뒤, 사용 후 센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된다. 앱은 색상의 미세한 농도 차이까지 인식해 수치를 정량화하고, 사용자가 현재 건강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연구팀은 1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여하는 실제 환경 기반의 대규모 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 실험은 생리주기별로 생체표지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하고, 기술의 정확성과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기술을 보다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취리히예술대학교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도 고려한 디자인 개발이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잉게 헤르만 교수는 “사회적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의료 사각지대에도 도움될 수 있는 기술

MenstruAI는 병원 진단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건강 추적에도 활용될 수 있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헤르만 교수는 “의료는 인류의 절반을 배제하고 논의할 수 없다”며, “여성 건강이 정당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용기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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