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우리 밥상 단골 반찬 '계란' 껍데기에 찍힌 10자리 난각번호의 비밀은

2024-09-22

닭이 사는 환경부터 먹이까지 국가인증

동물복지 달걀은 뭐가 다를까요

알껍데기·노른자·흰자 등으로 이뤄진 계란(鷄卵)은 달걀이라고도 하죠. 단백질·칼슘·철분·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있는 계란은 우리 밥상 위에 자주 오르는 반찬 중 하나예요. 그런데 이 계란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계란 표면에 있는 난각번호를 보면 계란이 생산된 환경·위치·날짜까지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 난각번호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계란은 천차만별의 환경에서 생산돼요. 여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자연 방사 양계장을 찾아 계란이 생산되는 과정과 산란계 양계장의 종류, 난각번호를 읽는 방법 등을 알아봤어요.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은 국내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유럽 양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일부 살충제 성분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지며 세계적 파문이 일자,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가를 조사했죠.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이 생산 및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빼곡한 닭장에서 산란계를 기르는 밀집 사육을 원인으로 지적했어요. 본래 닭은 마당이나 방목장에서 흙 목욕을 하면서 진드기를 제거하는 습성이 있는데, 밀집 사육을 하면 닭장에 갇혀 지내기 때문에 흙 목욕을 통해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없죠. 그래서 닭장 안에 살충제를 뿌리면서 계란에도 살충제 성분이 들어가게 됐다는 거예요.

살충제 계란 파동에 놀란 소비자들은 자연 방사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자연 방사란 무엇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은 밀집 사육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과 무엇이 다를까요. 김민영·박건희·이서준 학생기자가 충남 서천군 마산면에 있는 벽오리 농장을 찾아 알아보기로 했어요. 박대수 벽오리 농장 대표가 2500마리의 암탉과 125마리 수탉이 모여 있는 계사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자연 방사 양계장 '벽오리 농장'에 가다

방사(放飼)란 가축을 가두거나 매어 두지 않고 놓아서 기른다는 의미예요. 벽오리 농장의 닭들은 닭이 좋아하는 흙과 푸른 잔디가 깔리고 울타리로 감싼 방목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평평한 바닥이 있는 계사(鷄舍)에서 자죠. 계사 안에서 모이를 먹는 닭들을 살피던 민영 학생기자가 "자연 방사 양계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어요. "저는 원래 농사를 짓던 사람이에요. 부모님과 함께 농약을 치고 비료를 주는 관행 농업을 했는데, 농민으로서 당당하고 사람에게 이로운 친환경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 농업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 양계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100마리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17년째 닭을 기르게 됐네요."

박 대표의 설명을 듣던 서준 학생기자가 "벽오리 농장에 대해 찾아보니 1번 방사 유정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이라고 하더라고요. 1번 방사, 유정란, 산란계는 각각 무슨 의미인가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산란계(産卵鷄)는 계란 생산을 위해 사육하는 암탉이고, 이를 사육하는 농장을 산란계 농장이라 해요. 또 유정란은 암탉과 수탉이 함께 지내는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을 말하죠. 시중에서 판매하는 계란을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에 10자리 숫자와 알파벳이 적혀있는데요. 이걸 난각번호라고 해요." 박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벽오리 농장에서 당일 생산된 계란을 보여줬는데, 표면에 '0904 R9NNI 1 벽오리'라고 적혀있었죠. 0904는 산란일자, R9NNI는 벽오리 농장(생산자) 고유 번호, 1은 사육환경번호예요.

국내 산란계는 크게 4종류의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이에 따라 난각번호에 표기되는 숫자도 달라요. 1번은 ‘방사’, 2번은 ‘축사 내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뜻하죠. 1번은 해당 계란을 낳은 암탉이 마리당 1.1㎡의 공간이 보장되는 야외 방목장이 딸린 계사에서 지내고, 야외 방목장에서 햇볕을 쬐며 자유롭게 다니면서 생활했다는 뜻이에요. 2번은 계란은 1㎡당 9마리의 암탉이 케이지·축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에서 지냈다는 뜻입니다. 3번은 마리당 0.075㎡, 4번은 마리당 0.05㎡ 면적에서 생활하는 닭이란 뜻인데, 1·2번과는 달리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케이지에 갇혀 지내야 합니다.

0.05㎡나 0.075㎡라고 하니 어느 정도의 면적인지 짐작하기 힘들 텐데요. A4용지 1장의 면적이 약 0.062㎡에요. 즉, 3번과 4번 계란은 A4용지 면적보다 약간 좁거나 넓은 케이지에 갇혀 지내는 암탉이 낳은 겁니다. 심지어 이 케이지를 여러 단으로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곳에서는 날갯짓, 흙 목욕, 횃대 오르기 등 좋아하는 본능적인 행동도 할 수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를 쪼아대기도 하죠. 건희 학생기자가 "제가 마트에서 본 계란은 대부분 3번이나 4번이던데요"라며 안타까워했어요.

건희 학생기자의 말대로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계란은 3·4번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아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가 2023년 6월 발간한 '2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현황 보고'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223개로 전체 산란계 농장(937곳) 중 23.8%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산란계의 숫자로 살펴보면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기르는 암탉은 전체 산란계 숫자(7418만8060마리)와 비교하면 6.1% 수준(451만9856마리)에 그쳤죠. 즉, 1·2번 환경에서 자라는 산란계가 생산한 계란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죠.

불행 중 다행으로 2025년 9월부터 4번 환경은 사라질 예정입니다. 2017년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산란계 사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7월 10일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새로 생기는 산란계 양계장은 한 마리당 적정 사육 면적을 최소 0.075㎡로 넓히도록 했어요. 또 기존 농가는 7년간 적용을 유예해 2025년 9월 1일부터 사육 면적을 변경해야 합니다.

동물복지에 신경 쓰는 농장을 구분하는 법

1번 환경에 해당하는 벽오리 농장의 닭들은 약 250평의 계사에서 잠을 자고, 약 3000평의 잔디밭에서 뛰어놀면서 지냅니다. 민영 학생기자가 "닭들의 일과가 궁금해요"라고 말했죠. "벽오리 농장 계사에서는 암탉 20마리당 1마리 비율로 수탉이 함께 지내요. 새벽 4시 30분 정도에 수탉이 '꼬끼오~' 하고 울면 그 소리에 암탉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모이를 먹죠.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1시까지는 닭들이 산란상자에 알을 낳는데 이게 하루 생산량의 80~85%를 차지하죠. 아침밥을 먹고 알도 낳은 닭들은 오후 12시 정도에 야외 방사장으로 나오는데, 그때 제가 계사에 들어가 산란상자에서 알을 집어와요."

방사장에서 산책하며 놀던 닭들은 해가 지면 계사로 돌아가 횃대에 올라앉아 잠이 들어요. 다음 날 오전 4시 30분 정도가 되면 다시 수탉의 울음소리와 함께 닭들의 하루가 시작되죠. "오늘처럼 날씨가 너무 더우면 닭들이 늦은 오후에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지금이 오후 4시니까 닭들의 외출을 한 번 보러 갈까요?" 박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계사로 이끌었어요.

박 대표가 다가가자 닭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꼬꼬꼬~' 하며 반깁니다. 계사의 문을 열자 초록빛 잔디밭 위로 암탉과 수탉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내려왔죠. 뒤뚱뒤뚱 잔디밭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 모습이 마치 산책길에 신이 난 강아지 같았어요. 어떤 닭은 흙바닥에 몸을 비비고 있었는데요. 흙 목욕을 통해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제거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죠.

본능을 억압받지 않아서일까요. 닭들은 사람을 봐도 놀라거나 피하지 않았어요. 박 대표가 "닭을 한 번 품에 안아 보세요"라며 암탉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건넸죠. 닭은 사람의 품 안에서도 눈만 껌벅일 뿐 정말 순했어요. 처음에는 무섭다며 뒷걸음질 쳤던 서준 학생기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려움을 극복하고 닭을 품에 안았죠.

닭들이 잠자는 계사에도 들어가 봤는데요. 계사 내부도 닭의 습성을 배려해 설계돼 있었죠. 횃대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닭을 위해 여러 개의 개별 횃대가 설치됐고, 닭이 포근한 환경에서 알을 낳을 수 있게 산란상자 내부는 어두웠어요. 또 각자의 영역에서 닭들이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100마리가 한 번에 모이를 먹을 수 있는 모이통도 눈에 들어왔죠. 여러모로 닭이 각자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쓴 환경이었죠. 이렇게 닭의 본성을 배려한 환경은 벽오리 농장이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으로 인증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해요.

동물의 권리가 최소한으로 보장된 농장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인증 제도가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이며, 두 번째는 유기 축산물 인증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본래 습성대로 키우는 소·돼지·닭·오리 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운영 중이에요. 2012년 산란계(계란)부터 시작해 돼지(2013년), 육계(2014), 소·염소(2015), 오리(2016) 농장에 인증하고 있습니다.

인증을 받은 농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간판을 설치할 수 있으며, 축산물의 포장·용기 등에 생산자·인증번호·품목·농장 소재지 등의 정보가 포함된 동물복지 축산농장 표시를 붙일 수 있어요. 산란계 농장은 1번과 2번 계란을 생산하는 곳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인증기준 및 평가기준에 따르면 사육시설(계사)은 충분한 자연 환기와 햇빛이 제공되는 구조여야 하며, 닭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날카로운 모서리나 돌출부가 없어야 해요.

계사 내 사육 밀도는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바닥면적 1㎡당 성계(생후 18주 이상) 9마리 이하여야 합니다. 1번과 2번만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이유죠. 또 관리자가 모든 닭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개방된 구조로, 닭이 안락한 바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왕겨·볏짚 등을 깔아야 해요. 닭은 횃대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이 되려면 닭 1마리당 최소 15cm 이상의 횃대를, 다른 닭으로부터 공격받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바닥에서 최소 25~40cm 위에 설치해야 해요.

야외 방목장을 갖춘 1번 산란계 농장의 경우 방목장은 1마리당 1.1㎡ 이상의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모든 닭이 방목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사 곳곳에 방목장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출입구가 있어야 하죠. 또 특별방역기간이나 악천후가 아닐 경우 낮 동안에는 항상 닭이 방목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두 번째로 유기 축산물 인증 농장에 대해 알아볼까요. 유기 축산물 인증은 가축을 기를 때 항생제·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고, 농약·화학비료 없이 재배한 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는 농장만 받을 수 있어요. 동물 한 마리당 필요한 사육 공간도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넓죠. 산란계를 예로 들면 4번 환경에서 자란 닭은 마리당 0.05㎡ 면적을 확보해야 하지만, 유기 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장의 닭은 마리당 0.22㎡로 훨씬 넓어요.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동물이 사는 환경에 대한 인증 성격이 강해요. 그래서 환경적 조건만 충족하면 일반 사료를 먹여도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유기 축산물은 사육 조건뿐만 아니라 먹이도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사료의 재료까지 신경 써야 해요."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인 벽오리 농장은 유기 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장이기도 해요. 벽오리 농장의 닭들은 옥수수·청치(현미에 섞인 덜 여물어 푸른빛을 띤 쌀알)·패각(조개껍데기) 등 무항생제 재료로 직접 배합한 사료를 먹으면서 생활하죠. 박 대표가 닭들이 쪼아 먹던 모이를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민영 학생기자가 "직접 사료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궁금해했죠.

"자연 방사 산란계 농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유전자변형 농산물(GMO)로 만든 사료를 먹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가 배합 사료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기왕이면 수입산이 아니라 국내산으로 배합해야겠다 싶었죠. 닭의 산란율을 높이는 적정한 배합 비율을 알아내기 위해 3년 동안 실패를 겪기도 했어요."

박 대표의 자가 배합 사료를 먹으면서 풀밭에서 뛰어노는 벽오리 농장의 닭들이 낳은 계란은 어떤 모습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계사 안으로 들어가 산란상자에서 계란을 꺼냈어요. 계란을 안고 나가던 서준 학생기자가 "닭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요"라며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죠. 계사에서 나온 뒤 체험실로 가서 직접 계란을 깨어보니 노른자가 짙은 노란색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연한 노란빛이었어요. "노른자의 색깔은 닭이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제가 배합한 자가 사료에는 청치가 많이 들어가서 다른 계란과 비교했을 때 노른자가 훨씬 연한 색이죠. 만약 사료에 고추씨를 많이 넣으면 노른자가 진한 노란빛을 띠게 되죠."

축산업용 동물도 최소한의 권리 누려야

소중 학생기자단은 관찰을 마친 계란을 프라이팬에 올려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먹었는데요. 건희 학생기자가 "고소하고 부드러워요"라며 감탄했죠. 맛있게 계란프라이를 먹던 서준 학생기자가 "닭들이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만큼 위험 요소가 많아 신경 쓰실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박 대표가 "야생동물이 찾아오곤 해요. 한 번은 계사를 순찰하는데 구석구석 살펴보니 삵이 산란상자 안에 누워있더라고요. 수리부엉이도 닭장에 들어온 적 있어요. 수리부엉이가 양쪽 날개를 다 펼치면 엄청나게 크거든요. 정말 놀랐죠. 또 고양이가 닭을 잡아먹기도 하고, 동네 주민이 키우는 큰 개들이 닭을 잡아먹기도 하죠"라며 닭들이 안전하게 자유를 누리려면 농장주가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고 했어요.

체험실 창문 밖으로 닭들이 산책하는 광경을 바라보던 건희 학생기자가 "닭들의 건강 상태는 어떻게 확인하시나요"라고 물었죠. "늘 닭을 눈으로 살피면서 확인해요. 닭들이 자꾸 졸고 큰 소리에 반응 속도가 느려지면 아프다는 뜻이에요. 또 서로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띄엄띄엄 서 있어야 하는데 무리 지어 한구석에 몰려있으면 불안하다는 뜻이거든요. 닭들이 밖을 돌아다니면서 바닥에서 뭔가를 주워 먹으니 가끔 식중독에 걸리기도 해요. 또 농장 주변에 저수지가 있어서 청둥오리·기러기 등이 근처까지 오면 AI에 노출될 수도 있고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벽오리 농장 견학은 직접 계사에서 가져온 계란으로 와플을 만들어 먹으면서 끝이 났어요. 밀가루 200g에 설탕 두 스푼, 소금 두 꼬집, 계란 한 알을 넣고 우유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뒤, 녹인 버터까지 넣고 와플 기계에 3분 정도 구워내 생크림과 바나나로 장식하고 메이플 시럽을 뿌리면 와플 완성이죠.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이 들어가서일까요. 평소보다 와플이 더 특별하고 맛있게 느껴졌어요.

와플을 맛있게 먹던 민영 학생기자가 "자연 방사 양계장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행복할 때와 가장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닭들이 매일 계란을 낳기 때문에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같은 시간에 알을 줍고 모이를 줘야 해요. 또 밤낮으로 닭들의 건강과 안전을 살펴야 하죠. 힘들지만 친환경 축산을 하는 농장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겪는 노고를 인정해 주고 '훌륭합니다' '고생합니다'라는 말을 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끼죠."

과거 축산업은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 들어 축산업에 이용되는 동물이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죠. 미국은 주별로 돼지의 스톨 사육(감금틀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EU에서도 점차 산란계(닭)의 일반 케이지 사육과 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으로 동물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전국 17개 시·도 지역 20∼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평소 가장 많이 먹는 축산물 1위는 계란(38.2%)였어요. 우리 밥상 위에 자주 오르는 축산물 중 하나인 계란이 어떤 환경에서 생산됐는지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동행취재=김민영(충북 청주대성초 6)·박건희(서울 고덕초 6)·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 학생기자

난각번호 읽는 법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동물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번 취재는 정말 기대가 컸어요. 벽오리 농장에 들어가자마자 닭들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귀여운 강아지 친구가 반겨줬죠. 벽오리 농장의 계란은 닭에게 자가 배합 사료를 먹여서 계란 노른자가 아주 연한 노란색이었어요. 체험관에서 계란프라이와 와플을 만들어 먹는데 자연 방사 닭이 낳은 계란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어요. 그리고 닭에게 모이도 주고 안아보기도 했죠. 닭의 깃털이 매우 부드럽고 윤기가 있었어요. 벽오리 농장은 닭을 자연 방사하는데 계란 껍데기가 연한 색부터 진한 색까지 다양했고 매끈하고 따뜻해서 느낌이 좋았어요. 이렇게 건강한 닭이 낳은 계란을 항상 먹을 수 있다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보고 싶었던 농장에 방문하고 닭에 대한 호기심도 다 풀고 간 취재였습니다.

김민영(충북 청주대성초 6) 학생기자

평소 마트에서 사온 계란에 찍힌 번호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하고 계란에 대한 내용이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때 관심 있게 봤었습니다. 벽오리 농장 취재를 통해 이런 궁금증을 싹 날렸죠. 닭과 계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연구하시는 박대수 대표님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사료를 꾸준히 개발하셔서 계란의 맛과 영양을 업그레이드하시는데요. 이 계란으로 와플·계란프라이 등을 만들어봤죠.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건강하게 크는 닭, 영양이 가득한 사료를 먹으며 자라는 닭이 낳은 계란, 소중 독자 여러분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새로운 계란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우리의 모든 먹거리가 이처럼 안전하게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취재였습니다.

박건희(서울 고덕초 6) 학생기자

수천 마리의 닭들이 야외에 자유롭게 방사되어 살아가는 곳이자 맛있는 계란이 생산되는 충남 서천 벽오리 농장에 다녀왔어요. 먼저 박대수 대표님 인터뷰 중 제가 무심코 먹던 계란이 닭의 사육환경에 따라 1·2·3·4번으로 나뉘고, 먹이에 따라 유기 축산물 인증 여부로도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마트나 시장에서 계란을 살 때 포장지에 보이던 '유기 축산물 인증' '동물복지 인증'의 의미도 알게 됐죠. 벽오리 농장의 닭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6시에 자는 건강한 일과를 보내는데요. 방목장으로 산책을 나온 닭들과의 만남도 성사됐어요. 처음에는 저를 부리로 쪼아댈까 봐 무서웠지만, 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모이도 주고 안아보기도 했죠. 모이에 패각이 들어가 놀랐는데, 이러한 성분은 닭이 계란 껍데기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해요. 닭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자 저도 배가 고파졌죠. 달걀을 줍는 체험도 해보았는데, 색이 다 제각각이라 신기했어요. 벽오리 농장의 계란도 직접 먹어봤는데, 계란에 대한 상식을 얻고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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