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중 상당 시간을 명씨와 김 전 의원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준 것은 채무 정산이 아닌 둘의 관계가 경제 공동체였단 점을 입증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명씨와 김 전 의원은 15일 새벽 구속됐다. 창원지법 영장전담 정지은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하고 명씨에게 각각 1억200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는 당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 전 의원과 관계에서 명씨가 갑인 “갑을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지시를 내리면 김 전 의원은 이를 이행하고, 정치 활동에서도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대신해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명씨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나를 대하듯 명태균 대하라" 보좌진에 지시
검찰 측은 이날 심사에서 “김 전 의원은 갑을 관계인 명씨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행동했고, 그 가운데 명씨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취지로 둘의 관계가 유지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진에게 “나를 대하듯 명태균을 대하라”는 말을 남기는 등 명씨에게 여러 권한을 부여한 정황·진술도 재판부에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명씨는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배포한 보도자료 등 각종 자료를 최종적으로 검토·승인하는 역할을 했다. 김 전 의원 보좌진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참여해 자료를 직접 검토하는 등 명씨가 사실상 최종결재권자의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특히 명씨는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시로 질책하고 비난했다고 한다.
검찰은 둘이 갑을 관계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날 심사에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욕설을 내뱉는 녹취록을 준비했으나 판사의 제지로 음성을 틀진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말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을 할 것 아닙니까.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고 호통을 치는 내용이 담겼다.
檢 "명태균, 박완수 당선 후 김영선 공천 계획"
검찰은 2022년 당시 박완수(창원·의창)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 이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진 창원·의창 지역구에 김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 것 역시 명씨의 정치적 계획이 현실화한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 측은 영장심사에서 “박완수 지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데리고 가서 소개하고 경남지사 출마가 가능한 상황을 만든 뒤, 박 지사의 기존 지역구에 김 전 의원을 앉히려고 처음부터 계획했다.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명씨가 이같은 구도를 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사에서 명씨에게 “김 전 의원을 위해 왜 그렇게까지 노력했냐”고 물었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노력하고, 2022년 김 전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도 여러 정치적 도움을 준 배경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정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입장에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갑을 관계로 볼 수 있는 여지나 증거가 일부 있겠지만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단일화' 개입 주장…"황당무계"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과의 관계 이외에도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을 안철수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명씨 역시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 “내가 판을 짰다”고 주장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렸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김영선 전 의원이 강청하여 그(명태균씨)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썼다.
검찰은 명씨가 2021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조언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지사의 경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심사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으나 명씨가 힘을 써 컷오프 결정이 취소되고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