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韓 석유화학, 비핵심 자산부터 판다

2025-04-21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최근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결국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당분간 뚜렷한 수익성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대신 재무구조부터 개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수익성이 낮은 국내외 생산 시설과 해외 자회사, 투자 지분 등을 중심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 작업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형 성장보다는 현금 확보와 재무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며 '버티기' 전략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업체별로 LG화학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만 2건의 매각과 1건의 자금조달을 시행했다. 지난 2월에는 자회사 매각을 통해 979억원을 확보했고, 지난 달에는 주식 매각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을 통한 자금 조달로 약 925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LG화학도 올해 매출 목표를 낮게 잡았다. 배터리 부문을 제외한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약 27조1000억원인데, 올해는 불확실한 대외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지난해보다 1조원 낮춘 26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고부가가치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증설까지 일시 중단한 데다, 지난해 초 계획했던 4조원대의 설비투자 규모도 2조원대로 낮추면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고스란히 나타내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도 처지가 비슷하다. 한화솔루션은 주력 사업인 태양광 사업과 케미칼 부문이 '동반 부진'에 빠진데다가, 부채규모도 2022년부터 매년 상승세다. 물론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일찌감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국내 업체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시황 악화에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진한 업황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근 3~4년간 정부 주도 하에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 증설을 지속해왔는데, 문제는 자국 내 수요를 웃도는 잉여 생산량을 해외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고, 중국 경기 회복 지연마저 불확실성을 보이면서 이들의 수요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산 축소 움직임이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침체기를 버티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라며 "이런 흐름이 나중에 새로운 투자 여력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업체들은 이달 24일을 시작으로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4일에는 한화솔루션이, 이달 30일과 내달 9일에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경영실적을 공개한다. 롯데케미칼의 경영실적 발표 일정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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