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과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서정원 감독이 청두 룽청 FC를 중국 슈퍼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올여름 구단의 일방적인 의료진 해고와 소통 차단으로 공개적인 갈등한 이후에도 팀을 23경기 15승 5무 3패 승점 50점으로 이끌어 상하이 선화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청두는 지난달 30일 상하이 하이강과의 홈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현재 득점 48골, 실점 18골로 골 득실 +30을 기록하며 2위 상하이 선화(승점 49점·골 득실 +23)를 1점 차로 앞서고 있다.
서정원 감독의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는 구단과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구단이 감독의 동의 없이 의료진과 통역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어 소통에 한계가 있는 서정원 감독에게 통역은 구단 프런트와의 핵심적인 소통 창구였지만, 구단은 이를 차단하며 감독을 조직 운영에서 의도적으로 고립시켰다.
소통 차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단은 선수 영입, 이적, 임대 등 팀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들을 감독에게 사전 공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코치진 재계약도 미루며 서 감독 길들이기에 나섰다. 이런 상황이 6개월간 지속하자 서정원 감독은 지난 7월 “더 방관할 수 없다”며 감독직을 걸고 구단에 공개적으로 최후통첩을 날렸다.
서정원 감독은 2020년 12월 청두 부임 후 팀을 2부에서 1부로 승격시키고, 지난 시즌 구단 최고 성적인 3위를 달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본선 진출을 이뤄내고, 슈퍼리그 정상까지 올려놨다.
슈퍼리그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서정원 감독은 한국인 사령탑으로는 최초로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앞서 이장수, 최강희 등 한국 감독들이 모두 우승에 실패한 가운데, 우승에 성공할 경우 현재 임시 체제로 운영 중인 중국 대표팀 감독직의 강력한 후보로도 부상할 수 있다.
중국 소후닷컴은 최근 서정원 감독을 중국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했다. 다만 청두 구단과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갈등 속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는 서정원 감독이 구단 첫 우승과 함께 중국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