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생태계, 인공호흡이 시급하다

2025-03-03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위기와 기회가 뒤섞인 인류사적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대한민국 AI 생태계는 숨이 가쁘다. 25년 전, 인터넷 경제가 꽃피우던 시절의 뜨거운 에너지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국민이 디지털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활약하며 혁신을 주도했던 시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자국 우선주의 국제정치환경에서 글로벌 AI 경쟁은 기업 간 싸움을 넘어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변모했다. 미국은 기술 패권을 다지며 AI 핵심부품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은 방대한 인프라로 맞서며, 유럽은 'AI 유럽 전략'으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상은 자유무역 환경의 시장주의 시대에서 정부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격변기에 우리 정부가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낙관하는 사이, 대한민국 AI 생태계는 시들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한 배경에는 정부의 선도적 결단이 있었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을 통해 광통신망을 전국에 깔고, 민간투자를 끌어내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e메일, 온라인 게임, 포털 등 새로운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국민은 열광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정보통신 강국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당시 정부와 민간은 10년간 약 33조원을 과감히 투자하며 미래를 열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AI 생태계는 기운이 없다. 기업과 대학은 AI 개발의 핵심 동력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거나 장비 부족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일을 겪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은 GPU 부족으로 신제품 출시를 미뤘고, 대학 연구팀은 논문 발표를 놓쳤다. 국민은 해외 AI 서비스에 감탄하면서도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명확하다. 뛰어난 AI 서비스를 만들어낼 컴퓨팅 파워, 즉 '작업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글로벌 AI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인프라가 필수인데, 우리는 그 첫걸음이 버겁다. 정부는 '세계 3위 AI 강국'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국가 AI 전략은 잘 짜여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실행력은 미흡하다. 이는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하면 확연히 부족하다. AI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더 과감한 '실탄 공급'이 필요하다.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려 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2025년에 1만개의 고성능 GPU를 확보하고, 엑사플롭스급 AI 데이터센터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생태계에 숨을 불어넣을 강력한 신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다.

미래 사회의 두뇌 역할을 할 개방형 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전국의 엔지니어들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혁신을 꽃피우는 생동감 넘치는 생태계를 기대해 본다. 산업, 국방,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지능형 서비스가 만개하며, 우리의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미래를 가름해 본다. 시간은 많지 않지만, 아직 기회는 우리 손에 남아 있다.

정부와 민간이 손을 맞잡고 AI 생태계에 인공호흡을 불어넣는다면, 우리는 초유의 변혁기에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파격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대다. 앞으로 1년, 정부와 기업이 의기투합해 AI 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그 격차는 우리 미래를 가르는 장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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