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기사, 서방입장 위주 보도…현지언론 시각도 반영을

2025-06-26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3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회의가 지난 24일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은 대선 이후 중앙일보가 외부 기관과 공동 진행한 두 차례의 여론조사 기획이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 등을 다룬 국제 보도와 관련해선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슈를 전할 수 있는 기자나 외부 전문가를 발굴하고, 게임 중계 양상의 보도를 지향하며, 중동 현지의 입장도 담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대선 이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새 정부에 바란다’(10일자 1면 등) 기획이나 ‘국민 외교안보 의식 조사’(12일자 1면 등) 기획은 시의적절하고 공적 의제를 설정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앞으로도 선거 결과에만 몰두하지 말고 선거 이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노력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추가로 여론조사는 단면을 끊어 의견 지형을 보여주는 데선 의미가 있는데, 전문가와 패널 분석 등으로 더 보완하면 좋겠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 보도는 마치 게임 상황이나 영화 장면처럼 묘사된 부분이 있어 경계할 지점이 있다. 이럴수록 우리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외교부는 어떤 대응 논리를 가졌는지,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짚어주는 해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21일자 8면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인터뷰와 관련 메시지가 약간 ‘묻지 말고 경제성장’ 이런 느낌이 들었다. 싱가포르가 빠르게 경제성장을 한 이면엔 우리가 별로 닮고 싶지 않은 측면도 있고, 한국과 지정학적 맥락도 다르다. 역사나 사회적 구성도 한국과 차이가 있어 너무 일면적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에서 불편하더라도 좀 까다로운 질문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주영환 변호사=5일자 대통령 취임사 보도에서 중앙일보가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을 함께 언급해 비교적 균형 있게 다뤘다. 당일 1면 ‘박정희·DJ 정책 다 쓸 것’ 제목이 문맥상 자연스럽고,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법관·검사 정원 확대 법안에 대한 보도도 인상 깊었다. 중앙SUNDAY 14일~15일자 24면에 미국 대법원의 대법관 증원 논란을 다루면서 사법과 정치의 관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삼권분립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했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데다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의 대변혁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단순히 여당의 입법 활동만 소개하지 말고 분석적인 관점에서 다뤘으면 한다.

5월 31일~6월 1일자 1,8면 “쉬었음…청춘 50만명 대한민국이 시들어간다” 기획도 언급하고 싶다. 최근 중앙일보 기획을 보면 사회적 문제를 그 문제에 직면하는 이들의 관점으로 바라본 기사가 많은데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많이 봤으면 한다. 청년 취업난을 오로지 청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사여서 이들의 절망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른바 ‘상속계급’ 사회의 문제점과 정부의 대책도 고루 지적됐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4일자 1면 ‘이재명 당선 소년공 대통령이 되다’ 제목이 인상 깊었다. 이후 사설과 시평, 칼럼, 기고 등으로 새 대통령의 다양한 과제를 상당히 적합하고 상세하게 지적했다. 이게 언론의 역할이다. 좋은 발굴도 많았다. 3일자 16면 “논개가 몸 던졌던 진주 남강…배우도 그 바위서 뛰어내렸다” 기사는 경남 진주의 지방극단을 발굴한 섬세하고 좋은 시선이었다. ‘지방을 살리자’는 오래된 구호를 실현하려면 인프라는 물론 지역 문화부터 되살아나게 해야 한다. 17일자 20면 “다회용기 늘렸더니 쓰레기 줄었다” 기사도 축구경기장 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나 장례식장 등에서도 다회용기를 쓰는 달라진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짚어주는 보도였다. 다만 16일자 14면 ‘창고형 약국’ 보도에서는 약사회의 반대 논리만 강조돼 있고, 소비자 입장 등이 빠져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통 구조나 약값에 대한 관점도 중요하니 보다 중립적인 차원에서 균형을 더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물가 관련 보도가 인상 깊었다. 19일자 2면 “이유 있는 커피값 폭등, 한국도 쓰디쓴 한잔” 보도는 커피값 인상 요인을 체계적으로 보여줬다.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커피 원두의 공급망, 지구온난화 등이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설명됐다. 9일자 경제 1면 ‘라면값 2000원’ 기사는 실제보다 물가 상승이 과장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라면값이 올랐는지 찾아보니 2000원짜리는 비싼 라면이고, 라면값은 여전히 1000원대다. 부동산 관련 기사는 국민이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이니 만큼 집값 상승과 집값 양극화 등 현상과 쟁점을 잘 정리해서 추적보도했고 시의성도 있었다. 16일자와 17일자 이틀간에 걸쳐 보도된 조선업 르포 기사도 생생했다. 조선업은 초호황이라는데 현지 경제는 왜 불황인지를 잘 보여줬다. 조선소 용접 인력이 이젠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으로 가지 조선소엔 가지 않는다 등 굉장히 관심이 가면서도 심각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조선업 현장 르포는 좋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소비 부족을 지역 침체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아쉬웠다. 외국인 월급이 소비하기엔 너무 적을 수도 있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는데 다양한 맥락을 짚어주는 시각이 있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국제 뉴스는 이란 핵시설 공격 등 다양한 내용이 나오는데 사건의 맥락과 원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쉽게 쓰인 기사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미국의 공습 보도의 경우 폭탄이 만들어낸 결과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향이 짙은데 이 미사일이 왜 상대편을 치는지에 대한 책임과 윤리 문제를 좀 더 다루면 좋을 것 같다. 새 정부의 인사 관련 기사에서는 ‘서울대 출신’, ‘석·박사’ 등 학력으로 서술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얼굴 사진과 학력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보다는 직무 경험, 정책 연관성, 공직 수행 이력 등을 중심에 두는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지난 1달 간 신문 보도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대선 보도였다. 우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젓가락’ 발언은 의도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또 다른 성폭력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며 선거 막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는데 신문에서도 이러한 표현이 쓰였다. 선거 보도에서 갈등을 더 부각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점도 아쉽다. 대선 보도에 있어 전국 지도는 오른쪽은 모두 빨간색, 왼쪽은 파란색으로 표현돼 마치 나라가 완전히 두쪽 난 것처럼 인식돼 선거의 갈등적인 측면이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보일 수 있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사건 보도에서 더욱 섬세하고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시간을 들여 데이터를 쌓고 분석한 기사들이 돋보였다. 13일자 경제 1면 “민생지원금 준다는데 정부가 직접 쓰면 효과 3배” 기사는 한국은행의 거시계량모형 결과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실제 선별 지원금 지급 때 소비쿠폰이나 사용처 확대 등에 대한 다양한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18일자 18면 ‘AI 교과서 기획’에 있어 AI 교과서의 본질은 학생마다 얼마만큼 맞춤형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지로부터 시작해, 교육환경의 본질적인 변화, 환경과 구조의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는 만큼 AI 교과서의 활용 결과만을 초점 맞추는 것은 아쉽다고 본다.

▶오세정 위원장=중동 기사와 관련, 국내에선 낯선 지역 이슈를 흥미롭고 쉽게 풀어내는 이를 발굴하는 게 의미가 있다. ‘누가 쓰느냐’가 기사의 전달력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보도가 서방 입장만 대변한다는 점도 공감한다. 중동 기사를 다룰 때는 뉴욕타임스 보도만 아니라 알자지라 같은 현지 언론은 어떻게 다루는지도 반영하면 어떨까. 대선 이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동아시아연구원과의 공동 기획은 인상 깊었다. 선거 이후 보도는 통상 투표율이나 지역별 지지율 같은 단편적 수치에 집중하는데, 두 차례의 공동 기획은 유권자들이 왜 특정한 선택을 했는지의 배경과 맥락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둬서 신선했다. 유권자의 이슈 공감대를 여론조사 결과로 해석한 시도는 언론의 공공성을 강화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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