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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는 오랜 세월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온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특유의 향과 쌉쌀한 맛으로 된장국·겉절이·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사랑받아왔다.
십자화과에 속하는 냉이는 브로콜리·배추 등과 비슷한 생리적 특성을 가지나 기능성 성분과 효능은 남다르다. 그 때문에 식용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이용됐다는 기록이 동서양의 많은 문헌에 남아 있으며, 지금도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2021년 ‘아시아뷰티화장품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봄나물류 8종(곰취·냉이·달래·두릅·봄동·쑥·원추리·유채) 중 냉이의 항산화 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냉이는 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한다. 이러한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글루코시놀레이트의 한 종류인 글루코아라빈·글루코카멜리닌은 십자화과에선 냉이에서만 발견된다. 이 성분들은 항암 효소 발현을 촉진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이가 건강 기능성 소재는 물론 항산화·항암·항염 등의 기능을 가진 바이오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냉이를 바이오 소재로 활용하려면 사계절 공급이 필수다. 생산량은 균일해야 하며, 재배 시기나 환경에 따른 성분의 편차도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농가가 냉이를 노지에서 재배하고 있어 재배지 환경 요인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 또한 냉이 종자의 발아율은 30% 이하로 낮고 발아까지도 최소 한달 정도 걸려 잡초 관리에 애를 먹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냉이 종자 발아율을 90%까지 올리는 연구를 진행해 관련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또한 개화 생리를 파악하고 시설재배를 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냉이의 유전체와 대사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건강 기능성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냉이를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냉이는 이제 봄철을 대표하는 나물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에 현대적 기술이 더해져 농업과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변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진청은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으로 냉이가 우리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는 미래지향적 작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남정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