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말금 인터뷰
영화 <고당도> 오는 10일 개봉

“이제는 화면 뒤 소파까지 전달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찬실이>)로 이름을 알리고, 영화 <로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배우 강말금이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고당도>로 극장을 찾는다.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 5일 만난 강말금은 “<로비>에서 관객분들을 만날 일이 있었지만, 배우가 많아 부담이 적었는데, 이렇게 영화의 얼굴로서 대중을 만나는 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고당도>에 함께한 감독님과 배우분들과 만나 대여섯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서야 ‘두려워도 해봐야지’ 다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당도>의 시작, 장녀 ‘선영’은 뇌사상태인 아버지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남동생 ‘일회’(봉태규 역)와 가족을 불러모은다.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는 간호사 선영은 오랜 독박 간병에 지쳤지만, 두뇌 회전은 빠르다. 반면 일회의 가족은 사업실패로 진 빚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된 지 오래, 일회의 아들 ‘동호’가 의대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을 낼 돈조차 없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던 와중에 일회의 아내 ‘효연’이 연습 삼아 작성해둔 부고 문자가 발송된다. 가족들은 문자를 정정하는 대신 가짜 장례식을 열어 조의금으로 등록금을 충당하기로 한다. 영화는 약 24시간 동안의 병원과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펼쳐낸다.
강말금이 ‘선영’을 연기할 때 떠올린 인물은 친언니였다. “저는 사채만 안 썼다뿐이지 일회에 가까워요. 언니도 일을 관두고 싶었을 텐데, 제가 나가 있으니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어머니가 아프실 때 병간호도 도맡아 했죠. 영화를 찍으면서 언니에 대해 많은 감정이 들었어요. 여느 가족처럼 ‘왜 저러나’ 싶다가도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죠.”

강말금은 영화에서 남동생 ‘일회’ 역을 맡은 봉태규 배우와 현실 남매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상당히 닮은 모습을 보여준다. 강말금은 “의식적으로 닮아 보이려 노력한 적이 없다. 봉태규 배우는 아무래도 쫓기는 신세이니 좋아 보이지 않으려 화장도 안하고, 살빼고, 주근깨도 그렸지만, 나는 되레 감독님께 ‘주연배우는 예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예쁘게 찍어달라고 말했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렇게 했는데도 닮았다고 해주시니 ‘연기를 잘했나 보다’ 싶어 기쁘다”고 말했다.
<찬실이>와 <로비>에서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표준어 연기를 보여준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표준어 연기가 콤플렉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강말금은 “매일 30분씩 서울말 연습을 한 지도 벌써 3년째”라며 “이번 영화도 사실 표준어가 맘에 들지 않아 후시녹음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강말금은 부산대 국문과를 졸업한뒤 6년간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서른 살이 되던 해 연기를 시작한 ‘늦깎이 배우’다. “저는 20대 시절 굉장히 수동적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극단에 가면 뭐든 다 떠먹여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강한 부산말투에 목소리도 작고, 몸을 못 썼어요. 못한다는 소리부터 들으니 자격지심도 있고 삐뚤어져 있었죠. 30대 동안은 저 하나 느는 것만 바라보고 살았던 시기였어요.”
강말금은 마흔한 살이 된 2020년, 첫 장편영화 주연작<찬실이>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그해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면서 영화계에서 많이 찾는 배우가 됐다.
“이제는 제가 느는 것보다도 카메라 너머 관객들에게 작가님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간에게 주어진건 시간밖에 없잖아요. 시간을 써서 변화를 만들어낸 경험이 저에게 단단한 뿌리가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