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백악관 기자석에서 일부 기성 언론을 배제하고 이 자리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으로 채우는 구상을 밝혔다. 실현될 경우 백악관 기자단에서 정통 언론의 입지가 줄어들고, 1인 미디어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집권 2기에서도 1기처럼 언론과 대립할 것이란 예고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아버지 트럼프와 이런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일부 주류 매체를 배제하고, 더 많은 독립 언론인과 인플루언서에 브리핑실을 개방하는 방안에 대해 나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백악관 기자석에서 내쫓고, 우호적인 쪽에 자리를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특히 뉴욕타임스(NYT)를 콕 집어 비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는 아버지의 모든 것에 반대하고 민주당의 마케팅 기관으로서 기능해왔다"며 "독자와 팔로워가 더 많은 이들에게 개방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NYT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백악관 브리핑실의 기자석은 49개로,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의 결정에 따라 자리가 배정된다고 알려졌다. 백악관 취재 기간, 이념·지리적 대표성 등을 고려해 보통 맨 앞줄은 NBC뉴스, 폭스뉴스, AP통신,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 기성 언론의 몫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2020년 집권 당시 이런 '룰'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들을 브리핑실에 초청했다. 또 트럼프의 참모들은 한 CNN 출입기자에게 뒷줄에 앉은 기자와 자리를 바꾸라고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기자들은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한 기자를 징벌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는 11·5 대선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를 기피하고 자신의 지지층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 자주 출연했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 6일엔 트럼프의 행사장에서 미국의소리(VOA), 악시오스, 폴리티코 등의 소속 언론인이 출입을 거부당했다. 또 그는 자신의 최측근 보리스 엡스타인의 매관매직 의혹을 보도한 NYT를 겨냥해 "삼류 작가" "끔찍한 소설"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가 지역 언론의 지상파 소유 제한 규제를 더욱 완화해 사실상 레거시 미디어 압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트럼프 집권 당시 미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는 단일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TV와 신문을 모두 소유할 수 없게 한 규정 등을 없앴다. 반면 전국 단위 점유율을 제한하는 큰 규정은 그대로 뒀다. 이는 트럼프에 우호적인 지역 미디어들엔 시장을 확장하는 활로를 제공하고, 전국 규모 미디어엔 압박감을 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