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루나·테라 추천해요”… 챗GPT ‘가상자산 허위정보’ 주의보

2024-11-06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챗GPT 등 대화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식 등 금융자산 투자 정보를 얻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챗GPT 등은 사기에 연루된 종목을 추천 목록에 포함시키는 등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6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챗GPT는 ‘신뢰할 만한 가상자산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가상자산 시장에는 새로운 기술과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다”며 “주목받고 있는 가상자산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며 추천 목록을 제공했다.

문제는 챗GPT가 추천한 종목에 폭락 사태를 빚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테라·루나 등 일명 ‘스캠코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챗GPT는 테라·루나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다양한 결제 및 금융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관계자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AI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테라·루나는 지난 2022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 전 대표 등이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당시 시가총액 4~9위 사이의 규모를 자랑하다 하루 만에 개당 1원도 하지 않는 가격으로 폭락한 바 있다. 이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루나뿐만 아니라 챗GPT는 최근 시세 조종 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던 어베일(AVAIL) 코인에 대해서도 “모듈형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본 레이어 역할을 하며, 네트워크 서비스 결제와 스테이킹을 통해 보안에 기여한다”며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어베일 코인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는 내용의 정보를 제공했다.

가상자산 거래 사이트와 관련해서도 챗GPT는 지난해 12월 29일, 지난 3월 16일, 6월 24일 각각 서비스가 종료된 거래소 ‘프로비트’와 ‘후오비’, ‘지닥’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 거래소의 가입자는 합계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보유하고 있는 고객 자산 또한 3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자산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는 ‘코인 사기의 온상’이라고 평가를 받는 일부 가상자산 채굴 사이트도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채굴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추천을 하기도 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챗GPT를 이용해 투자 정보를 얻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같은 허위 정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투자 정보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챗GPT가 추천한 종목을 매수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으며 투자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의 기사 총액은 55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3조6000억 원) 대비 27%가량 상승했다. 거래 이용자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133만 명 늘어난 778만 명이었으며, 주 연령층은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사기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AI가 추천하는 투자판단 역시 이미 존재하는 자료를 취합해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고, 자료를 잘못 해석해 그릇된 투자판단을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투자판단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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