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 두 곳에 5000억 위안(약 100조 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 특수법인인 ‘LGFV’의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안정적인 국유자산 관리 회사를 동원해 재정 투입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더욱 격화할 미중 갈등에 따른 영향을 줄이고 내수 경기 활성화에 힘을 집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 안정’과 ‘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두 곳의 국유기업에 총 5000억 위안의 특별국채 조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중국궈신홀딩스그룹과 중국청퉁홀딩스그룹으로, 소유는 국가가 하고 경영만 독립적으로 맡기는 구조인 국유기업을 통한 특별국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LGFV를 설립했다. 지방정부가 채권을 직접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LGFV라는 특수법인을 만들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으나 최근 중국 경제 위축으로 LGFV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중국 부채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LGFV의 채무 부담이 커지자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국유자산 관리 회사를 통한 채권 발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컨설팅 업체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연구 부국장은 “중앙정부 재정 역할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지원과 지방정부 부채 관리라는 광범위한 변화의 일환으로 중앙정부 자금 조달 특수법인(CGFV)이 도입됐다”며 국유기업을 활용한 이번 정책의 의미를 부여했다.
청퉁홀딩스는 1992년 국유 물류회사들을 합병해 설립됐고 궈신홀딩스는 2010년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세워졌다. 두 회사는 국유기업들의 자산 관리 및 운용 등을 담당하는 자산관리회사다. 궈신홀딩스는 3년 연속 연간 200억 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청퉁홀딩스는 지난 8년 동안 수익이 9배 이상 증가한 우량 기업이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만큼 LGFV보다 훨씬 낮은 금융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지난달 27일에 발행한 5년 만기 특별채권 금리는 2.14%로 최고 등급의 LGFV보다 12bp(bp=0.01%포인트) 낮다.
앞서 이달 24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내년에 3조 위안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해보다 세 배나 늘어난 발행 규모를 소화하려면 국유기업이 일부 감당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베도르 부국장은 “공식적인 예산 조치만으로 목표 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면 이들 국유기업이 내년에 재정 부양책에 추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른 국유기업들도 이들 회사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ANZ은행의 싱 자오펑 중국수석전략가는 “두 회사가 정책 플랫폼으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합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