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회사로부터 받는 금전 채권
별도 경매절차 없이 지급 가능해
확정 땐 日기업 상대 추심 첫 사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해 배상받겠다며 나선 소송에서 승소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5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씨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인 국내 법인 ‘MH파워시스템즈코리아’(MH파워)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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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며, 피고 측은 1인당 1억∼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정부는 2023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기업 기부금으로 마련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2023년 3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MH파워가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통신(IT) 관련 서비스에 매년 수수료 채권을 지급하고 있다”며 “우리(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의 채권자이니 그 채권을 우리에게 바로 지급하라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원고 대리인단은 채권의 존재가 특정돼 신속한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임 변호사는 “금전 채권이기 때문에 별도 경매 절차 필요하지 않고, 바로 MH로부터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며 “가집행이 가능한 판결이 선고됐기 때문에 저희가 바로 원고들에게 의사를 여쭤보고 가집행을 희망하신다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MH파워 측이 항소해도 가집행을 멈추려면 공탁금을 법원에 납부하기 때문에 변제를 위한 일정 금액이 확보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금전 자산에 대한 추심을 통해 일본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게 되는 첫 사례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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