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이야기에 이어서 공모전에 떨어지고 따로 만난 담당자와의 일도 마무리 지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작품을 기획해야 했다. 그러던 중에 광주진흥원에서 여는 웹툰제작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형과 난 우리나라의 산신령이란 주제로 새로운 웹툰을 기획했다. 샘플원고와 캐릭터 시트와 기획서, 지원사업 발표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심사를 보러 갔었다.
10명이 심사위원이 앉아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인큐베이팅을 제안했던 웹툰 플랫폼 그 담당자가 앉아 있었다. 업계가 좁아서 뭐든 조심해야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좁을 줄이야. 심사를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면서 형은 얼굴이 죽상이었고, 나도 반 이상은 포기 상태였다.
몇일 뒤, 우리 예상과는 다르게 사업에 당선이 되었고 우린 생활비 걱정에서 다시 벗어나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마운틴스쿨이란 제목으로 원고를 만들고 티스토어 웹툰 공모전에 출품을 해서 대상을 타게 됐다. 우리 웹툰 인생에 첫 이력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수상과 함께 티스토어에서 연재를 시작하며 웹툰작가로 데뷔를 할 수 있었고, 완결까지 낼 수 있었다. 이 후에 그슨대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꽤나 큰 공모전인 대한민국콘텐츠공모대전에서 웹툰부분 우수상을 타고 차기작으로 카카오에서 연재를 하게 됐다. 반년정도의 짧은 연재가 끝나고 이때부터는 오히려 걱정이 많아졌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심혈을 기울여 짜서 어떻게 어렵게 연재까지 가더라도 반년 혹은 1년안에 끝나게 되고 다시 새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루틴. 새작품을 만들더라도 꼭 연재가 확정되지 않는 불안감, 연재가 되더라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은 개천에서 용나듯 매우 어려운 확률성. 점점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런 불안정한 삶속에서 웹툰을 하는게 맞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슨대를 끝내고 나서는 새작품을 만드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걱정만 끌어안고 술을 마시며 지낸 날이 꽤나 길었던거 같다. 그 고민에서 다시 내 어깰 두드리며 일으켜준건 같이 일하는 형이었다. 다시 한번 해보자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가다보면 빛이 보일거라며 날 다독였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형과 함께 다시 웹툰작업에 집중을 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은행에서 운영했던 위비툰이라는 곳에서 작품을 연재하고, 서점에 에세이툰이라는 만화책도 출간을 했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작품을 준비하는 백수작가가 돼 있었다.
이때쯤 되니까 형과 나는 생각의 끝이 같았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웹툰 플랫폼에 들어가야 한다. 그 목표를 세우고 우린 다시 컴퓨터를 켜고 머리를 맞대어 회의를 하며 새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 우리의 기획안을 본 대형 기획사에서 계약을 하고 여러 수정을 거쳐 네이버에 투고를 했고 기다림의 끝에 우린 네이버에서 연재확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정말 꿈만 같았었다. 웹툰작가가 되는게 꿈이었지만, 작가가 되어보니 차기작을 할 수 있는 작가가 꿈이 됐고, 차기작을 하고 난 뒤로는 가장 큰 플렛폼에서 연재하는 작가가 꿈이 돼 있었다. 그 과정의 끝에 온거 같아 형과 난 정말 날 듯이 기뻤었다.
그렇게 22년 3월부터 괴이란 작품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게 또 시작이라는 것을. 끝은 없었다. 인생에 굴곡이 있다는 말이 뼈저리게 통감이 됐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홍인근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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